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개봉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주인공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그의 친구 론(루퍼트 그린트)은 운전자 없이도 움직이는 자동차를 탄다.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어울리는 ‘스스로 달리는 차’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운전자 없이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상황을 판단하며 주어진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와 그로 인해 바뀔 산업 환경에 대해 알아봤다.
 

카셰어링과 자율주행차의 만남, 개인·사회적 비용 줄여줘
 ‘카셰어링(Car-sharing)’ 산업은 장기화되는 불황과 취업난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도 첫 차 마련은 멀기만 한 20~30대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카셰어링은 차가 필요할 때 근처에 있는 승용차를 픽업해 빌려 쓰는 시간 단위의 차량 대여 서비스다. 카셰어링으로 공유되는 차량 1대는 개인적으로 소유되는 차량 13대를 대체할 수 있어 대도시 내 교통 체증과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산업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앱)과 향후 자율주행기능 추가를 통해 차량을 다음 이용자에게 자동 양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등 편의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0년까지 카셰어링을 통한 자율주행차가 미국 전체 주행거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개인 차량을 소유하고 운전하는 대신 자율주행차를 운전자들이 공유하면서 운전자들에게는 비용절감 효과가, 사회적으로는 교통 혼잡 문제 해결 효과가 나타난다.

 운전사와 결별한 버스·택시·트럭
 자율주행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현재 운전자의 일부 개입이 필요한 부분자율주행 단계에 있고 2021년이면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완전자율주행기술이 완성되면 버스·택시·트럭 등 상업용 차량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운전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운수회사에서 상업용 차량을 정비하는 정비사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 미래에는 현재의 정비 지식을 넘어 자율주행 전용 인공지능·정보통신·센서 같은 복잡한 융·복합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차 전문 정비 공장이 기존의 정비 시설과 정비사들을 대체할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송·물류 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육상 물류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 규제로 하루에 운행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지만 자율주행자동차가 개발되면 24시간 배송이 가능해지므로 처리할 수 있는 물류량이 대폭 증가한다.

 보험업계, 운전사 아닌 제조사에 배상 책임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는 산업도 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 시장 내 ‘주행 중 사고는 운전자 책임’이라는 기본 전제가 자율주행자동차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이상 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이는 책임 주체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다.
 보험업계 측에서는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자동차 제조업체가 배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자동차보험보다는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교통사고 관련 배상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 운전자 대신 차량 제조사가 보험에 가입하는 주체가 되면서 보험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서울모터쇼에 등장
 ‘미래를 그리다, 현지를 즐기다(Design the future, Enjoy the moment)’라는 주제로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열린 2017 서울모터쇼에는 243종의 차량이 전시됐다.
 이번 모터쇼에서 네이버·현대모비스 등의 참가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네이버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미국자동차공학회의 자율주행 기준 레벨3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네이버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기술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관람객들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상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나서
 아울러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들어간 자율주행차가 실제 일반도로에 시험주행에 나선다. 국토부는 지난 1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연구개발 중인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전자업체로는 처음이자 올해 들어서 8번째 허가 사례다. 자동차 업계와 대학에서 이뤄지던 자율주행자동차 연구가 정보기술·전자업계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는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장착했다. 레이더와 라이다는 각각 전자기파와 레이저 반사광으로 물체와의 거리·방향·고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도로 환경과 장애물 인식 등에 심층학습을 통해 추론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