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현빈, 이준기... 소위 ‘꽃미남’이라 불리는 메트로섹슈얼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메트로섹슈얼의 바람은 단순한 연예인의 인기에 머물지 않았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남성화장품시장은 매년 7%이상의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4천5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또한 ‘남자는 강해야 한다’라는 의식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달 동아일보사에서 20세~34세 여성 2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자가 헤어, 패션 등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80%가 ‘좋아보인다’라고 응답했으며 남성의 화장에 대해서도 1% 만이 ‘좋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의식의 변화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5~39세 남성 5백명을 대상으로 한 한 광고대행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즘 남성은 여성화 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5%이며 ‘외모는 남성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질문에도 86%가 ‘그렇다’고 응답해 ‘꾸미는 남자’를 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메트로섹슈얼에 대해 ‘유약하고 지나치게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며 반감을 나타내며 강한 남성을 그리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부응해 나타난 것이 ‘레트로섹슈얼’이다. 레트로섹슈얼은 자기 외모를 가꾸는 데 시간과 돈을 거의 투자하지 않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로 올해 새로운 남성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황수경(매경휴넷) 마케터는 “남성은 남성답고 여성은 여성다운 것이 사회가 지향하는 인간 모델상인 것 같다”며 “메트로섹슈얼은 기존의 남성상과는 다른 모습에서 매력을 느껴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롭게 대두된 ‘레트로섹슈얼’이나 기존의 남성성을 뒤바꾼 ‘메트로섹슈얼’은 남성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그 관심은 약간의 개념만 달리한 체 메트로섹슈얼나 레트로섹슈얼의 연장선상에서 ‘크로스섹슈얼’, ‘위버섹슈얼’ 등으로 나타났을 뿐 외모 이의에 남성성에 대한 고찰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민희(영문·2) 학우 는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같은 특정 연예인의 스타일에서 나온 남성성에 대한 용어 때문에 외모가 남성의 평가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양성을 고려하는 듯하지만 그 단어들로 인해 오히려 개성이 묵살되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은 꾸미는 남자, 안 꾸미는 남자 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는 남자도 있고 지독히 보수적인 남자도 있고 자신만의 유행을 만들겠다는 남자도 있다. 이 학우의 말처럼 남성성에 대한 용어에 집착하기보다 외모로 남성성을 묶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에 반성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