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를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붕소의 중성자 포획반응을 이용한 붕소중성자포획치료(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BNCT)는 수술 없이 암세포만을 사멸시킨다. 때문에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자번호 5번, 붕소(B)
 붕소는 주기율표에서 13족 2주기에 속해 있으며 준금속 원소이다. 자연에서는 주로 붕산 또는 붕산염으로 분포해 있다. 붕소화합물들은 대부분 붕사에서 만들어지며 도자기 유약, 내열유리 제조, 살충제, 세제 첨가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강화유리섬유, 항공우주 산업의 경량 구조체 등에서도 붕소화합물을 볼 수 있다.
 붕소는 공유결합으로 연결돼 있으며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동소체(같은 원소로 되어 있으나 모양과 성질이 다른 홑원소물질)로는 비결정성 붕소와 결정성 붕소가 있다. 이때 이중 결정성 붕소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물질이다. 결정성 붕소는 화학적으로 비활성이며 끓는 염산에도 녹지 않는다.

BNCT의 원리
 중성자 포획(Neutron Capture)은 중성자에 의해 나타나는 핵반응 과정이며 원자핵이 중성자를 핵 안으로 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반응 후에 생성된 핵은 반응 이전의 핵보다 중성자가 1개 더 많아진다. 반응 이후에는 보통 감마(γ)선이 방출된다.
 이러한 반응은 에너지가 1000eV 이하인 중성자가 표적에 충돌했을 때 일어나기 쉽다. 핵반응 이후 대부분의 원소는 방사성이기 때문에 중성자 포획반응은 인공방사성동위원소를 제조할 때 중요한 반응으로 여겨진다.
 BNCT 때 쓰이는 붕소의 동위원소는 방사선을 차단하는 곳에도 사용되는 B-10이다. 이 붕소원소가 들어간 붕소화합물을 암 조직 부근 근육에 주입해 암 세포 부근에 모은 다음 저용량의 열중성자를 쪼이면 중성자가 붕소원소에 충돌하게 된다. 이때 중성자 포획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에 의해 알파(α)입자와 리튬(Li-7)입자가 생긴다. 이 입자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힘이 강하다. 또한 비정(飛程)이 세포 크기 정도이므로 붕소화합물이 들어간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하게 된다.

BNCT의 역사와 현재
 BNCT는 1936년 미국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동물실험 이후에 그 효과가 확인됐다. 그 후 1950년대에 미국 브룩해븐국립연구소(BNL)에서 의료용 원자로가 완성됐고 이 원자로를 이용해 뇌종양 치료가 활발히 시도됐으나 붕소 화합물이 적절하게 축적되지 못해 기대했던 효과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하다나카 히로시 교수가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 붕소를 선택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BNCT는 원래 악성뇌종양과 악성피부흑색종(melanoma)에 적용되었지만 현재는 난치성두경부종양, 다발성간종양, 흉막중피종 등의 다양한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BNCT를 위해서는 원자로 또는 가속기를 이용한 중성자조사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종양세포에 주입할 붕소화합물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선량분포를 정상조직의 흡수선량은 약하게 하고 종양의 흡수선량은 10여 배 강하게 되도록 설계해 암 조직에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사멸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치료효과
 BNCT는 중성자와 붕소약물의 핵반응에 의해 생성된 알파입자와 리튬입자의 강한 에너지를 이용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세포단위의 치료이다. 때문에 CT, MRI, PET/CT와 같은 장비에서 잘 보이지 않는 미세 침습의 경계부위나 작은 병변에 대해서도 치료효과가 탁월하고 재발률이 낮다. 또한 침습암, 재발암, 분산암을 포함해 기존에는 치료로 조절이 불가했던 난치성 암 또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 시에는 정상조직에 영향이 적고 통증이 없다. 또한 1시간 이내 1~2회 치료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 그 결과 병원 내원에 따른 간병 인력 등의 비용이 절감되고 시간 절약의 효과가 커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개선된 효과
 기존의 입자치료방법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 반복적 치료로 인해 조직경화가 발생하고 정상세포의 손상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부학적 병변이 존재해야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높은 재발 가능성과 저산소 세포에 대해 낮은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
 BNCT가 상용화돼 치료를 받을 시 환자는 단회 치료로 인해 조직경화 발생률이 낮아지고 정상세포의 손상이 최소화된다. 해부학적 병변 없이 미세전이도 치료가 가능해지고 저산소 세포에 대해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BNCT를 통해 높은 에너지가 전달되면 재발 가능성이 낮아지고 약물에 따라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암 치료에 획기적으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1995년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0MW급 다목적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를 독자기술로 건설해 운영하고 있고 하나로 시설에서만 가능한 BNCT 시설을 2002년에 완공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BNCT에 의한 암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미국, 일본, 핀란드 등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BNCT 임상기술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상용화에 힘쓴다면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