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고기는 안 먹겠네요?” 우리나라에서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하면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고기를 먹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자연적으로 떨어진 열매만 섭취하는 프루테리언부터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하는 플렉시 테리언까지 다양한 형태의 채식주의가 존재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채식을 결정했지만 너무 엄격한 기준 때문에 마음이 돌아섰던 학우들을 위해 채식의 종류와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다.

채식주의-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에요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나온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본인들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소개했다. 그외에도 이하늬, 배종옥 등 채식주의자로 소문난 유명 여배우들은 대부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다. 페스코 외에도 프루테리언, 비건, 락토, 오보, 락토 오보, 폴로, 플렉시테리언이 있다. 이 여덟 가지의 채식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①프루테리언(Fruitarian)
  프루테리언은 동물과 식물을 죽이지 않고 채취할 수 있는 열매만 먹는다. 채소와 과일 그리고 견과류를 섭취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떨어진 열매만 섭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②비건(Vegan)
  비건은 보통 채식이라고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개념과 가장 가깝다.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 의류, 화장품 등 생활 전반에서 동물성 원료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꿀 섭취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다.
③락토(Lacto)
  락토는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우유, 치즈, 요거트, 버터, 크림 등의 유제품과 꿀은 섭취하지만 육류나 해물, 달걀은 섭취하지 않는다. 인도와 지중해 연안에서 흔한 유형이며 콩과 식물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한다.
④오보(Ovo)
  오보는 달걀 같은 알 종류를 섭취하는 채식주의로 육류와 해물, 우유 및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고 달걀을 포함한 알 종류만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한다.
⑤락토 오보(Lacto-ovo)
  락토 오보는 락토와 오보를 합친 것으로 달걀과 우유 및 유제품은 섭취하고 고기와 해물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로 서양권에서 가장 흔한 채식 유형이다.
⑥페스코(Pesco)
  페스코는 우리나라 유명 연예인들의 인터뷰에서 많이 언급된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해산물과 우유 및 유제품 그리고 달걀 등 동물의 알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한다.
⑦폴로(Pollo)
  폴로는 페스코에서 조금 더 완화된 세미 베지테리언 유형이다. 채소와 유제품, 달걀, 해산물 그리고 닭고기는 섭취하지만 돼지고기나 소고기, 양고기 등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⑧플렉시 테리언(Flexitarian)
  플렉시테리언은 채식을 지향하지만 본인의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실천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채식이다. 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육류나 해산물을 섭취한다. 때때로 육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로 거의 유기농 식단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채식은 음식만 해당?-비건 패션부터 동물실험반대 운동까지

  2017년 겨울 패션계 핫 키워드는 ‘페이크 퍼’였다. 페이크 퍼를 통해 사람들은 모피를 얻기 위한 잔혹한 학대가 없이도 충분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겨울을 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의복의 기본적인 기능인 보온성과 소재를 제공하는 동물의 안위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실험 없는 확신을
  2015년 12월 31일,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반대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6가지 예외 조항이 있어 다른 나라를 통해 법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교묘히 피해가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앞장서는 단체가 있다. 바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이다.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카라는 주기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회사 리스트’를 업데이트 하고 국제 동물보호 단체인 HIS의 ‘Be Cruelty-Free’ 캠페인을 우리나라에서 알리는 역할을 한다.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화장품과 세제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에서 뛰어오르는 토끼 모양인 ‘리핑 버니’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리핑 버니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국제 통용 마크이다.

채취가 아닌 제공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콜롬보 노블 파이버는 털을 깎거나 가죽을 벗기지 않고 동물의 털을 빗어서 빠지는 털들을 모으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마저도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2년에 한 번씩만 털을 모으고 그 외에는 전 세계를 돌며 털갈이하는 동물들의 털을 모은다고 한다.
  또 다른 아웃도어 업체의 파타고니아는 업계 최초로 트레이서블 다운을 사용했다. 트레이서블 다운이란 살아있는 거위나 오리에게서 털을 뽑지 않고 식용으로 키우던 닭이나 거위가 폐사하면 털을 얻는 형식이다. 다운 채취 과정에서 거위와 오리에게 끼치는 불필요한 피해를 예방하고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다운 채취 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과 방법이 존재한다. 또 기존 구스 상품들의 털을 재활용한 리사이클드 다운이라는 충전재를 사용해 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극단적 채식주의자, 영화에서 현실로

  영화 ‘헝그리 하트’의 주인공 미나는 채식주의자인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아이에게도 고기를 일절 섭취시키지 않는다. 영화에서 등장했던 이런 극단적 채식주의는 현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한 여성은 11개월 된 아들에게 소량의 과일과 견과류 외 다른 음식을 주지 않은 혐의로 고발당했다. 아이가 영양부족으로 발달장애를 겪자 남편이 동네 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당 주의 의원들은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부모가 채식을 강요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은 처음이 아니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세 살도 안 된 영유아가 채식만 하다가 건강을 해친 사례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지난해 6월에는 두 살짜리 아이가 비타민 B12 부족으로 신경계에 문제가 생겼고 또 지난달에는 태어난 지 14개월 된 남자아이가 칼슘 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다르지 않다. 지나친 채식 강요는 사회에서 곱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나가야 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항상 중립적인 자세 또한 필요하다.

건강한 채식위한 앱도 나와

푸드 스코어스(Food scores)
  푸드 스코어스는 미국의 환경 연구단체 EWG가 개발한 앱으로 건강한 음식인지, 안 좋은 첨가물은 없는지, 바른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영양·성분·제조과정을 기준으로 조사된 식품들의 점수가 매겨져 있다.
  앱을 열어 식품 이름을 검색하거나 바코드를 찍으면 데이터베이스화 돼 있는 8만여 개의 식품을 영양·성분·제조과정 기준으로 측정하며 동일 제품군의 다른 음식과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위 그린(We green)
  위 그린은 직접 물건을 판매하지는 않는 대신 제품을 만드는 데 따르는 환경오염 정도와 기업의 사회기여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까지 8가지의 세분화된 분류를 통해 점수를 매긴 후 초록·노랑·빨강의 세 가지 색을 사용해 점수를 시각화한다. 착한 제품에는 녹색 불을,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제품에는 빨간 불을 표시한다. 점수를 통해 제품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또 어떤 기업이 친환경적인가까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