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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을 천원으로…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화폐개혁 단행한 대부분 국가는 혼란
서여정이세은 기자  |  gc599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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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18: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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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해 이야기를 한 이후로 ATM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리말로는 종종 화폐개혁이라 불리는 리디노미네이션 대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과거 우리는 이미 두 번의 화폐개혁을 겪었다. 최근 들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 : 아이클릭아트>
리디노미네이션이란
 다시의 뜻을 가진 리(re)와 액면가를 떨어트린다는 뜻의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합친 합성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폐나 동전에 대해 실질 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화폐단위를 100대 1, 1000대 1 등으로 하향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화폐 명칭도 변경할 수 있으며 구매력이 다른 새로운 화폐 단위를 생성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이미 두 차례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우리나라는 과거에 두 번의 리디노미네이션을 겪었다. 1차 리디노미네이션은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에 진행됐다. 당시 6·25전쟁으로 인해 생산 활동이 위축됐고 거액의 군사비 지출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으며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했다. 이러한 이유로 화폐 단위를 100대 1로 하향조정하고 화폐 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했다. 더불어 그동안 사용했던 일본 정부 지폐와 주화도 모두 거둬들였으며 조선은행권과 ‘원’으로 표시된 한국은행권의 유통도 금지했다.
 2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62년에 ‘긴급통화조치법’에 의해 실시됐다. 구권인 단위 화폐·유통·거래를 금지하고 화폐 단위를 10대 1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새로운 ‘원’표시 화폐를 법화로 발행했다. 당시 정부는 숨은 돈을 양성화해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했다. 또한 과잉통화를 흡수해 인플레이션 요인을 제거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리디노미네이션에 국민들이 크게 동요한데다 지하자금 회수율도 낮아서 국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리디노미네이션, 경제 불확실성 확대 우려
 리디노미네이션에 쏠리는 관심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 관심의 비율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 쪽이 더 높다. 리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면 물가 불안정 등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화폐 단위를 바꾸게 되면 화폐를 새로 발행하고 교체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막대한 국고가 사용될 것이다. 또한 금융 시스템·주유기·자판기 등 현재 원화 단위에서 바뀐 원화 단위로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변동 사항이 생길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문제다. 예를 들어 1억 9500만 원인 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는 화폐 단위가 하향조정하게 된다면 500만 원 반올림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즉,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생필품, 농산물 등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외에도 화폐 사용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생길 수 있다. 화폐 단위가 변하면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이 적게 느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거부감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로비나 불법 자금거래에 관련된 일부 집단에게는 존폐의 기로에 놓일 만큼 위험한 사건이 될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 나라 경제에 긍정 요소 많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하는 이유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대표적인 장점은 지하 경제의 양성화 효과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하면 화폐 단위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현금은 은행에서 교환해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하 경제에 머물러 있던 상당 부분의 돈이 다시 정상적인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자산 통계에 경 단위가 들어갈 만큼 경제 규모가 커졌다. 단위가 줄어들게 된다면 대금 결제를 할 때 보기 편하고 시장 장부 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는 계산도 용이해진다. 또한 단위가 줄어들면서 1000원인 물건이 100원, 10원이 되면 물건이 저렴해졌다고 느껴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OECD 국가 중 미국 달러와 교환 단위가 천 단위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교환 단위가 낮을수록 경제적 위상이 높은 국가라고 인식된다. 단위에서 통화의 위상을 예상할 수 있으며 자국의 화폐의 위상이 상승하게 되면 환율의 안정성도 증가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는 찬반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성공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고 오히려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례의 성패 이유를 분석해보자. 
극심한 인플레 끄려다 더 큰 위기 맞을 수도…실패 사례
 화폐개혁을 단행한 해외 국가에는 베네수엘라, 터키, 짐바브웨, 프랑스, 북한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의 리디노미네이션은 실패했다. 베네수엘라는 1922년 유전 발견을 시작으로 석유를 통해 부를 쌓았다. 그러나 2014년 유가 하락 이후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가 장기화되며 정부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초과했고, 대외 부채는 1845억 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화폐를 마구잡이로 찍었고 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4년 62%를 넘어섰고 2015년에 275%, 2016년에는 700%, 2017년에 1만 3800%를 넘겼다. 이에 작년 8월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화폐 액면가를 10만대 1로 낮추고 새 화폐를 발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화폐개혁으로 물가 상승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물가가 폭등하면서 경제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작년 물가 상승률은 130만%에 달했고 연초 IMF가 예상한 베네수엘라 올해 물가상승률은 1000만%에 육박한다. 결국 국가 경제가 채무불이행에 이를 정도로 악화됐다.
짐바브웨와 북한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짐바브웨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2006년 8월 자국 통화인 짐바브웨 달러(ZWD) 화폐단위를 1000대 1로 낮췄다. 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지자 2008년 8월에는 100억대 1, 2009년 2월에는 1조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짐바브웨는 2015년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 달러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쓰기로 했다. 당시 1 미국 달러가 3경 5000조 짐바브웨 달러였다.
터키·프랑스 ‘100대 1’ 절하 적중… 성공 사례
 리디노미네이션을 실행한 국가들 중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국가들도 있다.
 터키와 프랑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터키는 2005년 1월 1일 기존 화폐단위를 100만 분의 1로 낮췄다. 화폐 명칭도 ‘리라(lira)’에서 ‘신 리라(new lira)’로 바꿨다. 100만 리라가 1 신 리라로 변경된 것이다. 터키 리라화는 2004년까지만 해도 유엔 회원국 화폐 중 달러당 가치가 가장 낮았다. 1940년대 달러당 1.5 리라였던 환율은 터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여파로 2003년 3월 달러당 최대 171만 리라까지 치솟았다. 이에 터키는 2005년 1월 1일 화폐가치를 종전 대비 100만 분의 1로 낮춘 신 리라화를 발행하며 물가 안정에 성공했고 2004~2007년 경제성장률도 평균 7%를 상회했다.
 1960년대 프랑스는 달러당 프랑 가치를 높이기 위해 100프랑을 1프랑으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결과, 1달러에 490프랑 수준이던 달러 대 프랑의 비율을 한 자릿수로 조정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리디노미네이션 성공하려면… 국민의 신뢰부터 쌓아라
 성공적인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전에 급하게 진행해버리면 신뢰가 떨어지기 쉽다. 베네수엘라는 급진적으로 이뤄진 화폐개혁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다. 잦은 화폐개혁과 지속되는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반면 터키 정부는 화폐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한 1998년부터 개혁안을 도입한 2005년까지 7년 동안 차근차근 개혁을 진행했다. 새로운 화폐 교환의 충격을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터키의 리디노미네이션은 물가 상승률을 안정화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구화폐와 신화폐 교환 기간에 대한 종료일을 못박지 않아 사회적 불안감을 줄였다. 또한 1960년 1월 리디노미네이션 실행 이전부터 화폐단위 변경 조치의 취지와 구체적인 실시 방법을 널리 홍보해 국민들의 불안과 오해를 해소함으로써 화폐개혁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상식더하기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통제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으로 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통화량을 증대시킬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발생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거래비용을 급격하게 증가시켜 실물경제에 타격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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