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내려온 곳
 - 하롱베이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메콩델타지역의 미토였다. 지도에서만 보던 메콩 강 유역에 내가 서 있다니….
배를 타고 유니콘 섬으로 이동해 푸짐한 점심을 먹고 갖가지 열대과일도 맛보았다. TV에서만 봤던 구렁이를 직접 만져 보기도 했고, 가는 실로 낚시를 하는 현지인의 모습도 보았다.

4인 1조가 되어 나무배를 타고 좁은 수로를 누빈다니 겁도 나고 흥분도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꼬마 아가씨들이 식당 손님들을 상대로 베트남 전통의 춤과 노래를 뽐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낡은 배와 연약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어른 넷을 태우고 어떻게 움직인다는 건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막상 타 보니 괜한 생각이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쭉쭉 뻗은 열대나무와 흙빛 물의 정취에 흠뻑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수로 끝에 닿았다. 하지만 내리면서 사공아주머니에게 잊지 않고 던진 한마디!! “깜언~(고마워요)”을 느꼈다.

선상에서 보여준 불 쇼와 가수들의 한국노래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사이, 내릴 시간이 다 되었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노트르담 성당을 잠시 둘러보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도, 웅장한 마리아의 모습도 아닌 성당 기둥 기둥마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연애를 즐기는 베트남 연인들의 모습이었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뭐든지 억압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상당히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베트남에서 이러한 풍경은 아주 자연스럽지만 간혹 호기심 많고 장난기 어린 한국인들이 종종 이들의 연애를 몰래 지켜보다 방해하곤 한단다.

실제로도 우리 팀의 한 여 학우가 슬며시 그 들의 앞을 가깝게 스윽 지나면서 바라봐 차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엊그제 팀원들의 친목모임 여파도 있었고, 마사지의 여파로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두 번째 날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아주 일찍 잠이 들었다.

용이 내려온 곳
 - 하롱베이
아침 9시 즈음.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20~30분쯤 차를 타고 이동해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자 동양 3대절경중에 하나라는 하롱베이에 도착했다.

전설에 따르면 거대한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 인도차이나 등의 배경이 되었고 세계에서 보기 힘든 3000여개의 환상적인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의 계림을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미리 공부하고 온 것처럼 “옥색바다” 도 아니었고 “신선의 그림”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5~10분정도 넘게 배를 타고 나가면 나갈수록 멋진 풍경이 이어졌다.

겹겹이 나오는 섬들은 자욱한 안개 때문에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배와 배 사이에는 “수상 족” 이라고 불리 우는 사람들이 따라오며 과일 혹은 낚시 미끼를 팔며 “1달러”를 외쳤다.

어린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팔을 잡아끌어 냉큼 사 주고 싶었지만, 또 그러지는 못했다. 실제로 가느다란 실 끝에 미끼만 매달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참,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잡힌다는 다금바리가 여기에는 많으며 30달러 정도면 다름바리 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데 먹어보지 못해 아쉬웠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 배에서 내렸다. 날씨는 흐렸지만 첫날과 같이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만 했다.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400개 정도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는 그냥 주저앉고 싶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하롱베이의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 오를 때는 지옥이지만 올라서는 천국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여겨졌는지도 모르겠다.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상
 - 여행을 마치며…
베트남에서 오는 날, 하노이하늘은 내게 멋진 선물을 주었다

. 이 날의 노을은 내가 베트남에서 5번의 저녁을 맞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출발일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고, 꿈같던 4박 6일의 여정은 빛과 같이 빨리 흘러갔다. 떠나오는 순간까지 베트남은 못 사는 나라, 월남전, 베트콩, 쌀 국수의 몇 단어로만 알아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베트남은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전쟁의 아픔과 한이 승화된 강한 민족성이 있고 이는 곧 수년 내에 무섭게 일어설 저력이 있는 나라였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한 CF의 카피처럼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상” 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내가 여태껏 내 시야만큼의 좁은 세상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무수한 생각에 쌓여 얼마나 답답하게 지내 왔는지,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를 깊게 느껴 막연히 여행을 위해 떠나 올 때보다는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또한 팀 활동을 통해 내가 모르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일정도 바쁜데 20명이 넘는 팀원들과 어떻게 친해지나 하는 부담감, 친해져봐야 4일 동안 얼마나 친해지겠는가, 그냥 피상적인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4박 6일의 일정동안 함께 자고 먹고 이동하고 걸으며 큰 의지가 되었고 기쁨이 되었고 행복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많이 꺼리게 되어 인간관계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내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며 적극적 인간관계 형성이 나에게 꼭 필요함도 알게 되었다.

좋은 경험과 좋은 시각과 좋은 벗을 얻게 된 이번 체험은, 스물 세 해, 내 삶 속에서 매우 소중한 추억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열어주신 학교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대단히 감사드리고, 이러한 해외문화체험이 더욱 발전해서 더 많은 경원인의 눈과 귀와 마음을 여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애정(신방·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