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기자

신상정보 공개… 정당한 인과응보의 대가 
  특정인의 개인 정보, 사생활 등을 정보 통신망으로 공공연하게 유출하거나 박제하는 행위를 일명 ‘신상털기’라 한다. 신상털기 문제는 최근 교권 추락과 맞물려 교사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교사를 죽음으로 몬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털기는 필요악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락한 교권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의 신상털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 역시 신상털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강력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흐지부지될 때, 오히려 네티즌들이 몰카 제보나 합동 수사 등으로 단서를 찾아낸 사례도 있다. 이처럼 가해자를 특정해 이뤄지는 신상공개는 경각심을 심어줌으로써 범죄의 뿌리를 뽑는 데 목적을 둔다.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범죄 행위를 공론화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게끔 하고 범죄행위에 대한 예방 효과를 불러온다. 
  신상털기의 근거는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의 보호에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가해자의 신상은 공개돼야 하며, 나아가 재범 방지 및 원활한 수사와 같은 공익을 위해서도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의 인권을 챙기려다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을 간과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절대 과한 일이 아니며 뿌린 대로 거두는 자업자득의 결과일 뿐이다. 
  신상털기로 공론의 장이 형성되고 악성 민원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수사나 법 개정으로 이어져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 신상공개는 납세의 의무를 이행한 국민의 당연한 알 권리”라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법률상 신상공개의 요건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이 명시돼 있다”면서 “특정 사건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만큼 ‘알 권리’를 충족에 대한 이점만으로도 신상공개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상털기가 사건과 무관한 주변 인물들까지 피해 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오히려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당한 신상털기는 안전한 세상을 원하는 피해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선량한 시민들을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김진형 기자

정의 구현 가면 쓴 무분별한 개인정보 공개는 문제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네티즌들이 직접 가해자의 신상을 찾아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신상털기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지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진다. 최근 한 사건의 가해자는 얼굴뿐만 아니라 연락처, 주소, 직업과 함께 미성년자 자녀의 얼굴까지 공개됐다. 이처럼 신상털이를 하는 사람들은 선과 정의를 구현한다는 자아도취에 취해 가해자의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범죄자에 대한 지나친 신상 보호와 피해에 걸맞지 않은 약한 처벌로 생긴 사법 불신 탓에 신상털기가 온라인상에서 응징 콘텐츠로 인기를 끌며 공공연하게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를 담은 글이 생성·공유되거나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공개되는 등 애꿎은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상털기는 2차 피해를 일으키고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특정인의 신상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는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영웅 심리가 발동되다 보면 실제보다 과장되게 세상을 이해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이같은 사적 응징은 과도하거나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를 시민의 힘으로 단죄하는 사적 복수는 폭력이자 범죄일 뿐이다. 실제 신상 공개가 사적 복수를 야기하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 쓰레기를 버리고 항의 쪽지와 별점 테러 등 피해를 받은 사례가 있다. 
  사회는 서로 다른 생각이나 행동 방식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과 다툼을 원만히 해결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수단이 법이다. 법에 대한 불신으로 사적 제재를 합리화하고 이에 동조하는 행위는 사회의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특히 사회 속에서 보고 느끼며 가치관을 확립해 가는 아이들에게 법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끼칠 수 있다. 신상털기는 사법 기관을 대신해 정의를 구현하는 행위가 결코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