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여 총장

  요즘 ‘신박하다’라는 말이 유행해서, 그 뜻을 물어보았습니다. ‘신기한 대박’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어색하지만 재미있는 이 말이 언젠가 표준어 사전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가령, 운동신경이 무딘 ‘몸치’(癡), 길눈이 어두운 ‘길치’(癡) 같은 얼핏 생뚱맞은 조어(造語)들도 마침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으니까요. ‘신박’하다는 말에 어울리는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으뜸 기업으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넷플릭스.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회사들은 거의 다 20대 청년들에 의해 창업되었는 사실입니다. 정말 신박하지 않나요?

글로벌 기업 총수, 20대 신박한 발상
  스티브 잡스는 19살에 애플을 구상하고, 마크 저커버그는 18살에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리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4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29살에,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각각 25살에 그들의 글로벌 회사의 바닥을 다졌습니다.
  20살 안팎 대학생이 떠올리는 아이디어와 영감(靈感, inspiration)! 그 풋풋한 예지와 총명이 나라와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미국에서만 되고,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일까? 가천대 20대 재학생들을 위해 그런 ‘꿈의 인큐베이터’를 만들고, 재능을 발굴 계발하는 창업대학을 만들 수 없을까?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장벽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창업의 가장 큰 적(敵)은 학부모님이다!”. 연세대 김용학 전 총장의 인터뷰 답변처럼, 학부모는 자녀가 창업하다가 실패해서, 졸업장(학사학위)도 못 받고, 혹시라도 청년백수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그 두려움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만 하면 ‘모험 않는다’는 증거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창업학만 해도, 창업에 결실을 내지 못하더라도 졸업장을 주면 되지 않겠는가? 서울대에서 장대익 교수님을 모셔오고, 가천대 창업대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종잣돈은, 일본에서 IT사업으로 성공한 천양현 가천대 동문이 지원하기로 해서, 자랑스러운 국내 최초의 가천대 창업대학이 탄생했지요.
  실패는 누구나 두렵고 싫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회피했습니다. 그러나 도전하다 보면 실패는 불가피한 것도 사실입니다. 근래에는 ‘신박한’ 역(逆)발상의 시도를 보게 됩니다. 아예 실패 경시대회를 열어, 솔직하게 정면으로 반성하면서, 새롭게 성공의 단서를 잡자는 것입니다. 
  ‘세계 실패의 날’(10월13일)이 태동한 핀란드, 그곳의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한 해 동안 성공이 실패보다 많다면 실망이다. 모험 도전을 안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KAIST는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고, ‘망한 과제’를 모아 경진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 대학은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으로 평가되는 과제는 애초부터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성균관대는 10월 하순에 ‘실패 기념 주간’을 설정하고, 실패사진전을 열며, 각자의 실패를 나뭇잎에 적어 ‘실패 나무’에 붙이는 행사를 10일간 펼쳤습니다. 교수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처참한 낙방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교훈을 공유했습니다. 

실패에 굴복하지 않는 열정
  어두운 동굴 안을 헤매다, 밖에서 마주한 빛은 더욱 눈부시고 찬란합니다. 실패와 성공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동전의 양면입니다. 실패가 없는 성공은 무기력하거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글로벌 총수들도 실패의 고통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했다.”(일런 머스크)라고 토로하고, 이사회에서 해고당하기도 하며(스티브 잡스), 유튜브 또하 몇 차례 망했다가 오늘의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처절한 어둠 속 실패를 통해서, 눈물로 쟁취한 성공이 빛나는 것입니다. 창업도 취업도 모두 미지의 세계를 향한 당찬 도전입니다. 당장 성공하지 못해도, 굴복하지 않는 열정과 도전 정신이 중요할 뿐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가천캠퍼스의 20대가, 장래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