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학은 총학생회장 선거와 함께 단과대학 학생회장 선거가 한창이다. 학생대표를 놓고 벌이는 후보자들의 경합은 가을단풍보다도 붉게
타오르고 있다.
후보자들은 학내 곳곳에서 공약을 외치며 학우들에게 한 표를 부탁한다. 그들은 유권자의 표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아침 등굣길에 전단을
나눠주고 쉬는 시간에는 강의실을 방문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선거본부에서는 노래와 캐리커처를 제작해 선거열기를 한층 돋운다. 눈길을 끄는 이색 선전과 포스터는 선거를 즐거운 축제로 만든다.
한편, 한표의 권리를 가진 학우들은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며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다.
선거운동이 한 달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학내는 기성선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진다.
대학 내 선거는 기성선거 후보들처럼 명예와 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학우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 주는 손과 발이 되어주는 사람인
것이다. 특히 각 단대장의 역할은 단대의 학우들을 대표하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대학의 총학생회장선거에선 2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그러다 보니 경쟁자 없이 진행되는 단선보다 다양하고 참신한 공약들이
많이 나왔다. 또한 양 후보는 한 표라도 뺏기지 않기 위해 서로의 공약을 확인하며 좀 더 구체적인 공약들을 발굴하려 노력했고 서로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서로를 발전시켰다.
이 같은 모습이 학우들의 복지향상의 받침이 된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선거에서 경쟁은 누가 더 유권자들의 입맛을 잘 맞추는가? 어떻게
하면 상대보다 더 나은 공약을 내세우는가? 등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당선’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렵고 고된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경쟁은 후보자들을 고무시키는 근원적 에너지가 될 것이며, 후보자 자신도 발전하고 유권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으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한다.
여러 방면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경선, 우리학교에서 경선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실제 총학생회장 선거 외 대부분 단대에서는
경선보단 단선이 치뤄지고 있으며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대다수의 단대장 선거가 단선으로 치러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와 달리 동아리연합회 선거 또한
단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단선은 한명의 후보자만이 선거에 나선다. 즉 단선제의 후보자에게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자 없는 단선후보자의 마음가짐이
경선후보자처럼 긴장되고 갈이천정(渴而穿井)할 수 있을까?
경선제의 경우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잡아내고 비판할 수 있는 경쟁자가 있지만 단선제는 그렇지 못해 단선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충분한 것인지를 평가해 줄 상대방이 없어 발전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단선후보자들은 경선후보자들에 비해 선거유세와 공약들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경선선거와 달리 찬반투표로 진행되는 단선선거의 특징상
단선후보자들은 약간의 여유를 가지며 단대장의 역할을 준비한다. 이들의 공약들을 누가 판가름 할 수 있을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물론 모든 단선후보자들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선거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대의 발전을 위해 희생정신으로 활동 중인 단대장도 있으며 학우를
중심으로 공약을 준비하는 예비단대장도 있을 것이다.
현 법정대 학생회의 경우는 2006년도 단선으로 당선됐지만 스스로 발전을 꾀하며 ‘과제돌려받기’ ‘파란파라솔제공‘ 등 학우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경선과 단선을 떠나 후보자의 마음가짐 속에 학우들을 위한 희생정신이 있다면 그 것은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학우들이 바라는
것 또한 경선과 단선의 결과에서 얻어진 학생단체장이 아닌 우리 대학 학우를 최우선에 두는 학생단체의 장일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학생 대표가 되고자 하는 후보자라면 학우들의 바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모두의 바람을 채워주는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경·단선 후보자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방을 버리고 신뢰와
존중이 우선시 돼 진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된 모습으로 학우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올해 진행될 교내 모든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경·단선을 떠나 발전을 도모하며 학우들의 목소리를 힘차게 외치는 대표자가 선출될 수 있는 선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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