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미술대학 윤영석(환경조각과) 교수의 개인 작품 전품전시회가 로뎅겔러리홀에서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윤 교수가 6년 만에 처음 여는 개인전으로 개념미술적인 특성과 생명공학에서 운동역학에 이르는 작가의 다양한 관심사를 포괄한 것이 특징이다.

윤 교수는 “전시를 통해 학우들이 문화, 예술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며 “어떠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매우 높은 부가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4월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전시회와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1. 2000/2001 뉴욕 P.S.1 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후, 6년 만에 처음 여는 개인전인데 소감과 이번 전시에서 특히 보여 주고 싶은 게 무엇인가?

활동보다는 연구에 더 매력을 느껴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지내다가 꽤 큰 규모의 멍석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작년 4월 하순 경 개인전이 결정되었을 때는 매우 좋았지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쉴 수 없는 지독한 시간을 보냈다.

작품들이 상당한 전환기를 맞고 있어 ‘꺽어넘는’ 과정을 조망한다는 것이 좀 긴장되기도 하지만 매우 흥미롭고 소중한 기회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 ‘3.5차원의 영역’이라는 전시 제목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조각이 4차원의 영역을 지향하게 된 이유 또는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쉽게 ‘차원이 틀리다’,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학창시절 미학이론가인 허버트 마르쿠제의 저서 ‘미학의 차원’을 읽으면서 차원은 매우 과학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1차원, 2차원, 3차원, 4차원 등을 말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이미 11차원까지 있다고 말하고 있다. 4차원의 세계도 보거나 느낄 수 없는데 11차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가 쉽게 원둘레나 원주를 계산할 때 ‘파이 3.14’를 쓰듯이 저 형광등 불빛이 내 어께에 내려앉고 있는 이 허공, 공간에도 마치 사다리와 같은 ‘상수’가 존재한다.

막스 플랑크 상수라고 하는데 대학 후배 물리학자와의 대화에서 알게 됐다.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 공간에서는 엄밀히 말해 1차원이나 2차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3개의 좌표를 갖는 3차원의 세계이다. 1차원이나 2차원 평면 등은 단지 개념일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꿈, 기억, 착각, 심리적 변화, 병리적인 조건, 정신적 충동, 약물 등에 의해서 3차원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예로 민감한 관계의 연인과 매우 심리적이거나 추리성의 영화를 보면서 졸았을 때라던가, 한국이나 외국에서 자신이 살았던 장소에 몇 년, 몇 십 년 뒤에 방문했을 때 그 공간과 시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느껴지는 시간의 비가역성을 거역하는 가역적인 느낌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매우 좋아하고, 찾아다니며, 많이 겪는데, 일종의 전생체험과 같은 느낌과 기운이 있다. 이번 전시의 가설로 제시하는 3.5차원은 분명히 3차원에 존재하면서, 아니 3차원의 입체와 공간의 세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수시로 하면서도 시간의 조건을 포함하는 4차원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인간의 한계와 개별적인 인간의 시간 경험, 또는 시간에 대한 심리적인 경험을 말하는 이다.

3. 작품 ‘시시각각’을 보면 렌티큘러를 따라 움직이는 눈동자들의 이미지가 인상적일 뿐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데 혹시 그 주인공을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눈이 아니라 다른 고려 사항이 있었나?

개인적으로 사물이나 인물 등 작업의 소재나 대상을 고를 때 아름답지만 어색한 것, 우아하지만 괴기스런 구석이 있는 것, 정상적이지만 병리적인 것, 황홀하지만 불길한 것 등 다소 극단적으로 감각의 폭을 최대한 벌어지게 한 후 선택했다.

‘시시각각’ 작품을 위해 모델 3명의 눈을 5번 찍었고, 그 중 가장 섬세한 속눈썹과 볼륨, 청명한 눈동자를 가진 눈을 선택했다.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이지만 각도와 시선에 따라 매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나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도 해서 작품 의도에 매우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눈동자와 눈까풀이 섬세하게 변화하며 넘어가는 양(mass)의 변화가 매우 좋은 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교수로 있는 미술대학 조각과 학생을 모델로 삼고 싶어 수업시간이나 면담시간에도 수십 명의 학생들의 눈을 관찰했고 최종적으로 한 학생의 눈을 결정했다.

4.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에게 특별히 ‘이 작품은 어떤 느낌으로 봐 주셨음 좋겠다’라든지, 부탁드리고 싶으신 점이 있나?

오랫동안 나의 작품들은 난해하다, 현학적이다, 혼자서 중얼거린다, 외람되다 등의 혹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나는 미술작품이 쉬워야 한다고 하는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거나 재미있게 하는 것도 좋지만, 쉽거나 뻔한 이야기 또는 사건을 좀 더 예민하거나 섬세하게 뒤틀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구장’momentum에서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 농구공 이미지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정교하게 겹쳐져 있을 뿐이다. 그것을 움직임으로 보려고 내가(관객이) 움직이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는 앞서 말한 매우 정상적이고 우아해 보이는 모습 속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잉여의 손가락(육손)을 보게 되고 문신처럼 새겨진 마더보드의 이미지를 함께 느끼며 봐줬으면 한다.

5. 앞으로의 계획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조각과 미디어(렌티큘러와 영상) 작업을 병행하면서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양안의 한계’, ‘입체적인 착시와 일루젼’ ‘조각예술에 있어 차원의 문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작업할 계획이다.

조각예술의 미래 지향의 가능성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차원의 문제에 대해 연구할 계획. 끝까지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작업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개인적으로 뉴욕과 베를린에 관심이 많아 이곳에서 일을 할 예정이다.

▲ Toe-standing'(랜티큘러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