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 지켜가기’ 가장 힘들어
        - 최효종(22), 정범균(22) -


ㆍ2007 KBS 공채 개그맨
ㆍ서일대학교 레크레이션과(현재 휴학중)

극단에서 이 둘의 위치는 현재 3기. ‘3기’란 프로야구에서 2군과 비슷한 개념이다. 3월 20일 공채시험에 최종 합격했지만 아직은 고정으로 무대에 올라가지는 못한다. 일주일동안 이 두사람은 방송국, 대학로, 집을 벗어나기 힘들다.

공채시험에 합격한 후로 평일은 오전 9시까지 방송국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한다. 극장으로 6시까지 와서 공연이 끝나면 9시 30분. 둘이 1시간정도 회의를 한 후 각자 집으로 향한다. 주말엔 방송국에 가지 않는 대신 극장에서 3회 공연이 있다.

개인시간이 극히 부족하지만 둘다 여자친구도 있다고 한다. 범균씨는 “보통 밤 11시부터 자유시간이 생기는데 그때 여자친구를 만난다”며 “힘들지만 여자친구 얼굴은 매일 봐야한다”고 했다.

극단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효종씨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육체적ㆍ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사이에서 나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범균씨는 극단생활이 힘들기는 하지만 때론 이곳 사람들이 가족같을 때도 있다고 했다. “평소 선후배관계가 엄하고 모든 사람들 다 친하게 지내기 힘든데 몰래 생일파티를 준비해주거나 소소한 일이라도 기억하고 챙겨줄 때면 감동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라면 노래, 연기, 행위예술 가릴게 없다는 효종씨와 사람들을 웃기는 것과 그 웃는 모습이 좋다는 범균씨. 앞으로 이들의 모습을 대학로 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본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 조수원(29)

ㆍKBS 공채 15기
ㆍ쇼 행운열차,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개그콘서트 등 다수 출연

본래 개그맨의 꿈은 없었으나 우연히 KBS앞을 지나다 원서를 접수 한번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는 수원씨. 00년 공채시험에 합격해 02년까지 방송활동, 02년 6월에 입대해 03년 5월에 의가전역했다. 수원씨는 “운이 좋았는지 전역 후 공백기간없이 바로 방송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랜 방송생활과 대학로 극장공연을 경험해 본 그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고민할 필요없이 대학로다”라고 말했다. 방송은 짜여지고 포장된 면이 많지만 “극장 무대에 서면 관객들의 평가를 있는 그대로 직접 느낄 수 있다”라며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것이 더 매력있다고 한다.

이제 막 개그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그가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것은 겸손한 자세다. 고생을 많이 하고 정점에 올라서도 겸손한 사람들도 있지만 조금만 인기를 얻어도 거만해지고 자기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수원씨는 “운이 좋아 쉽게 인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겸손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후배들에게 겸손한 자세를 가질 것을 거듭 당부했다.

무대 뒤편은…

공연시작 1시간 전. 공연준비와 연습으로 한참 바쁘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서로 농담도 하고 TV시청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연습은 보통 언제 하시나요?”라는 물음에 그들은 “매일 올라가는 공연이라 따로 연습은 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지며 방송국에서 회의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오는 개그맨들을 볼 수 있었다. 간단히 팀원끼리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무대에 오르기 전 그들의 모습에선 TV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공연이 시작되고 하나 둘 무대에서 내려온 그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무대에서 모든 기운을 다 쏟아내고 왔는지 말없이 털썩 주저 앉는 사람도 있었고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오히려 더 기운을 얻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더 재밌게 할 요소는 없는지 서로 모니터를 하기도 한다.

커튼콜을 마치고 그들의 일과가 끝나는 듯 싶었지만 이 날은 특별손님이 있었다. 바로 갈갈이홀 극단에 입단하고자 오디션을 보러온 4인방. 이제 막 스무살이 됐거나 아직 고3인 이들이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 알게 됐고 개그를 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려고 알아보던 중 갈갈이홀과 연락이 돼 찾아왔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무대에 올랐지만 준비한 공연이 끝나고 선배들의 지적은 냉정했다. 선배 개그맨들의 지적에서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 너무 섣부른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엿보였다.

우리가 방송에서 보는 개그맨들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다. 무대 위에서, 방송에서 관객들,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신인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정상에선 그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도 채 안되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들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살아가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개그란? -갈갈이홀 극단원들의 한마디 조준우(30) : 개그란 행복이다. 사람들이 웃을 때 인생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유영운(24) : 아직 개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 하는 모든 활동이 개그인 것 같다. 정은지(22) : 개그란 공감대다. 배우와 관객사이 공감대가 없다면 웃음을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희용(26) : 개그란 그때 그때 다르다. 개그맨들이 볼 때 재밌는 것과 관객들이 볼 때 재밌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또 똑같은 개그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범균(22) : 개그란 보는 사람도 즐겁고 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 훌륭한 개그맨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에도 개그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똑같은 개그라도 배우의 감정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효종(22) : 개그란 정답이 없는 문제다. 개그에도 어느 정도 웃길 수 있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연기자와 상황에 따라 관객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개그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