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라 대추리!! - 가천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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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라 대추리!!이전 앞둔 주민들 고별 행사

선승표 기자 | s20801012@naver.com

승인 2007.04.02 00:00:00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놓고 약 4년동안 벌어진 정부와 대추리 주민들의 싸움이 막을 내렸다. 오는 15일까지 모든 마을주민이 정부에서 정해준 임시거처로 이사하는데 합의했다.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달 24일 ‘영원하라 대추리’라는 행사가 열렸다.

3월 24일 오후 2시

행사시작 두 시간 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대추리를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대추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고 구름이 짖게 낀 날씨와는 달리 주민들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행사가 열릴 농협창고 앞에서는 마을주민들 기념사진촬영도 했다.

마을을 둘러보던 중 ‘전북인권의정치학생연합’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도 대추리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려 찾아왔다고 했다.

설영(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 전공 4) 학생은 “작년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치열한 투쟁을 하며 많은 여론을 모으기도 했으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오늘 집회가 마지막이긴 하지만 평택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나서 해결해야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추리 주민들에게 정부가 가했던 폭력은 역사에 남을 것이며 언젠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오후 3시

본 행사를 시작하기 전 농협창고 앞에서 ‘소원글 적기’와 ‘평화의 씨앗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대추리에 마음놓고 들어올 수 있기를 바라며 소원글을 한 장씩 적었다.

한쪽에선 황새울에서 나온 마지막 볍씨를 넣어 만든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수익금은 미군기지확장 반대 투쟁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농협창고 옆 대추리 주민역사관 ‘대추리사람들’은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옮기느라 분주해보였다.

오후 4시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확장 이전되는 것을 반대하며 주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문예인들이 모여 만든 산문집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펴낸이 박래군(사람생각) 대표는 “지난해 대추리에서 많은 싸움이 있었고 언젠가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들어야 할 줄은 몰랐다”며 “지금은 물러가지만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 책은 대추리?도두리 투쟁의 한 기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이어 마을주민들의 든든한 후원자 문정현 신부, 마을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류연복 화백의 축사가 있었다. 축사 후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참여 작가들의 시낭송이 있었다.

오후 7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농협창고로 모였다. 저마다 촛불 하나씩 밝혀 들고 935회 마지막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평택 지킴이들과 일명 ‘도두리 가수’ 정태춘 씨의 노래공연,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대추리 어머님에 대한 ‘2007년 디딤돌상’ 수여식 등으로 진행된 촛불집회는 장독대 타임캡슐에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물건들과 소원지를 넣으며 마무리됐다.

이 날 사회를 맡았던 김택균(팽성 주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행사 종료선언을 하자 마을 주민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던 이 할머니(70)는 “시집와서 50년 동안 살아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떠나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김 아주머니(35)는 “대추리생활 올 해 11년째로 다른 어른들에 비하면 오래 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저 채소심고 농사지으며 살고 싶었는데 마지막 촛불집회도 끝나고 이제 곳 떠나야 한다니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오후 9시

촛불집회 무대에서 노래공연을 하고 집회가 끝난 후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던 방과 후 대안학교 ‘친환경 아이’ 어린이 5명을 만났다. 엄대호(13) 군은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도 많지 않은 마을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변창용(13) 군은 “대추리 마을이 이제는 미군 훈련장이 되지만 대추리 마을 주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