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간지들을 보면 ‘3불정책’을 놓고 말들이 많다. 언론사들의 성향에 따라 보는 관점과 해석은 천차만별.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는 거 같다. 정치권에서의 논쟁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어떻길래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일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한때는 대학생이라면 젊은 지성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대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나 가는 곳이 됐고 서울지역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면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대학 이전 교육과정들은 오로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돌아가고 있다. 일부 과학고나 외국어고도 본래 설립 취지를 잃고 대입을 위한 특수목적고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점점 갈 길을 잃어가고 있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 서울에 위치한 ‘성미산학교’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이우학교’를 통해 대안교육은 무엇인지, 어떤 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성미산학교>

성미산학교의 교육이념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사람’이다. 박복선(성미산학교) 교장은 ‘대안교육’의 의미란 “근대학교 체제에 대한 대안”이라며 “국가의 기준에 의해 획일화 된 시스템을 벗어나 근대적 삶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주의적 학습방식으로 자연ㆍ이웃과 친화되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이를 위해 성미산학교는 성적위주의 평가를 배재하고 국가교육과정을 모두 따르지는 않는다. 또 교육이념에 따라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아이들과의 소통능력이 뛰어나다면 교사로 채용한다고 한다.

성미산학교에는 현재 초ㆍ중ㆍ고 과정 모두 90여명의 학생이 있다.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등과정은 3명밖에 없다. 교육과정은 공통적으로 우리말, 수학, 영어, 컴퓨터 교육을 하고 교육수준에 따라 생태ㆍ환경교육을 한다.

수학교육은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단순한 계산과정을 익히기보다 문제해결방법을 찾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서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영어교육은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는 방법과 유사하게 초등단계 학생들은 듣기에 익숙해지게 하고 그 다음은 쉬운 영문을 많이 읽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회화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박 교장은 “학습은 학교안에서 교과서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성미산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설명했다. 이곳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해외 교환학생 및 봉사활동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한다. 또 ‘좋은마을만들기’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직접 꾸며보기도 한다. 방문 당일 대부분의 학생들은 북한산으로 생태학습을 나간 상태였다.

이곳 학생들은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성미산학교는 아직 미인가학교다. 상위학교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취직을 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성미산학교는 마을과의 융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교장은 “아직 학교가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은 학생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앞으로 시설이 확충되면 주민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이우학교>

이우학교는 학교측의 사정으로 몇가지 질문과 이수광(이우학교) 교감의 답변을 통해 알아봤다.

1. 이우중고등학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우중고등학교의 법적 지위는 ‘대안형 특성화학교’이다. 공간적으로 도시지역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명 ‘도시형 대안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이우학교의 교육적 특징중 하나는 학교의 교육이념과 교육과정 간에 일관성의 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 육성’을 교육활동의 중핵가치로 설정하고, 실제로 학교 교육활동을 통해 공적 가치의 내면화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교육내용의 공공성 실현을 염두에 둔 학교운영이라는 점이 여타 학교와의 큰 차이점이 된다.

이외에도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철학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론의 전면적 채택, 진로탐색 기회의 확대,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자기기획력 신장 등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학생·학부모의 참여를 통한 공동체적 운영,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상을 기획하고 실천 중에 있다.

2.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교육(수업) 방식은 무엇인가?(토론 위주, 학생들의 방과 후 동아리 모임 등) 또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수업 방식이 비슷하게 운영이 되고 있나?

우리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블록제(90분)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운영은 학생들의 토론과 모둠활동 및 학생들 상호간의 협동적 학습을 전면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토론식 수업이나 문제해결식 수업이 전 교과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과특성을 고려하여 토론식, 강의식이 적절하게 절충되고 있다. 개별교과의 차이를 넘어, 이우학교 수업의 핵심맥락은 ‘질문능력 기르기’, ‘관계능력 기르기’, ‘자기기획력 신장하기’, ‘달리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하기’로 요약할수 있다.

3. 올해 대입에서 서울대에 2명의 학생이 합격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우고등학교의 대입 진학률은 어떤가? 진학률이 좋다면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분명한 학교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할 듯한데, 어떠한 경우에는 상급학교 진학률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우학교의 교육성과가 단지 대학진학률로 평가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온당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우학교에서의 다양한 교육활동의 성과는 몇몇 준거에 의해 양화되기 어려운 점이 훨씬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다(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정보가 해당대학의 보도자료로 인해 공개되었는데, 이러한 단서만으로 학교가 판단되지 않았으면 싶다).

그리고 한가지 꼭 밝히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즉 무작정 대학의 이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면밀한 자기점검과 선택을 위한 치밀한 사전 정보를 통해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선택 그 자체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

진로교육에서는 4가지 핵심적인 고민을 하는데, 첫째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둘째는 자기가 기대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울’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배움의 영역을 잘 배우기 위해 ‘누구’(멘토)를 만나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그 멘토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곳’(학교)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사회일반의 진학형식과는 정반대로의 경로를 중시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는 무작정 학교이름이 갖는 상징을 쫓아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4. 이우중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모집 경쟁률은 중고등학교 각각 얼마나 되나?

모집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것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쟁률을 공개하는 것 그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경쟁률에 상관없이 학교의 교육철학과 학교운영의 방향에 동의하는 경우라면 서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 학기당 학비와 그 외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 정도 예상하면 될까?

이우학교는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지원을 강력하게 희망하지만 현재는 지원이 없다). 따라서 자립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일반학교의 약 3배정도의 납입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운영의 방침 중 하나는 학부모가 사교육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면접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약속을 해야만 입학이 허락된다. 사교육 열풍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교육비 지출 총액 규모로 보자면, 사교육이 없이 이우학교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덜 드는 셈이다.

6. 끝으로 이우중고등학교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우학교의 목표는 매우 ‘상식적’이다. 미래 사회에서의 ‘더불어 사는 삶의 실천인’을 육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적어도 ‘응당 주어진 자신의 이익을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마음이나 태도’가 있을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입시명문’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사실 학교의 교육목표중 ‘입시’는 하위 목표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는 입장이 유별난 것은 아닐 것이다. 바라건데, 우리는 이우학교가 공동체적 학교운영의 모델이 되고자 하며, 우리의 성과를 여러 학교들과 나누어 교육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지금 공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들은 하루 아침에 제도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이며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났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대안교육의 의미를 잘 파헤쳐 본다면 우리나라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사진출처 : 이우학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