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으레 이루고 싶은 일들과 다짐들을 세우곤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이어리를 산다. 특히나 여성이라면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예쁜 다이어리를 고르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일러스트 다이어리인 ‘앨리스’, ‘도로시’ 다이어리를 작년 27만부 이상 판매하면서 다이어리 판매 1위를 차지한 디자인문구기업 ‘아르데코7321’의 김한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가 근무하고 있는 아르데코7321의 사무실로 찾아가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대화역으로 갔다. 취재차 멀리 와준 기자를 위해 아르데코의 직원이 직접 역까지 마중 나왔다. 추운 날씨였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 덕분에 따듯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사무실안의 분위기는 보통의 딱딱한 사무실과는 사뭇 달랐다. 아르데코의 디자인에서 풍기는 동화적인 소박함이 물씬 배어있는 사무실이었다. 밝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하는 김 대표를 본 첫인상은 편안함과 친근감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계속 할수록 그 후덕함속에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미술, 싹을 틔우다

전남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의 그림실력은 유년시절부터 돋보였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과서에 있는 그림을 칠판에 그려봤더니 그림을 본 친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똑같이 잘 그렸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넌지시 다른 일화를 꺼낸다.

어렸을 적 미술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그림에서 다른 친구들은 금색의 크레파스로 색칠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빛나는 곳을 노란색, 흰색 등의 밝은색으로 칠해 표현했다.

하지만 금색으로 칠하지 않았다 해서 교사에게 혼났던 이야기를 해주며 “그당시 교육은 너무 틀에 박혀있었다”고 탄식했다. 훗날, 김 대표의 중학교 재학 시절, 미술을 가르치던 은사가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김 대표에게 자신의 미술학원에 다녀보라고 권유했다.그래서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학원을 다니며 미술 실력을 키워나갔다.

이 후 대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어떤 목표를 세우면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일도 척척 해냈다. 당시 김 대표가 다닐 때는 신설학교였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다양하지 않았고 세분화되어있지 않았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내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은 그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브랜드가 된 나만의 즐거움

김 대표가 처음부터 디자인문구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제일기획에 입사해 7년간 광고디자인 일을 하던 중 ‘내 제품’을 팔고 싶은 마음에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함을 느끼고 1년간 시장조사를 한 그는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수익성이 보장된 디자인문구를 생각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우연히 딸아이에게 다이어리를 만들어 선물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그때부터 상품으로 개발해 만들어보니 반응이 좋아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식의 멋진 이유를 말할 수도 있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실제로 신상품을 출시하기 전 딸들에게 샘플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환상으로 이뤄내는 성공

‘아르데코7321’에서 7321이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321은 창립일인 3월21일을 뜻하고, 7은 설립년도인 2004년으로부터 3년 후인 2007년엔 발전·성장해 있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처음 목표했던 대로 2007년 큰 발전과 성장을 거뒀다.

아르데코 디자인은 환상적인 동화 속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그 이유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왕자 등 아르데코가 사용하는 동화들이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컨셉을 자세히 묻자 김 대표는 “상상 속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소녀의 로망’을 모토로 한 이미지에 맞게 아르데코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1년에 한번 유럽여행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유럽의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이국적 경치와 감성을 키워 제품제작의 영감을 얻는다.

또한 유럽의 디자인문구 시장조사도 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다이어리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해외에서 하루에도 3~4통씩 러브콜을 받을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새로움이 바로 트렌드

‘트렌드를 리드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 즉, 소비자들에게 ‘이런 요구가 있을 것이다’는 전제를 두는 것이다. 또는 요구가 없더라도 소비자가 필요하게, 즉 사고 싶게 만들어 시장수요를 창출한다. 실례로 반응이 좋았던 앨리스 다이어리와 같은 디자인으로 된 카드지갑을 만든 경우를 들 수 있다. 수요자들의 사용패턴을 관찰해 계속 상품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그 상품은 가능성이 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항상 성공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르데코의 신상품은 보통 6개월~1년의 기간 동안 실험을 통해 제작된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만큼 위험성도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상품의 미처 몰랐던 문제점이 발견돼 전 상품을 리콜·회수한 실패의 경험도 있다.

하지만 아르데코의 기술력과 발전가능성은 이미 인정받았다.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심사를 통과해 벤처기업으로 등록이 돼 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는 ‘혁신형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뜻한다.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섬유원단에 인쇄 가공하는 방법을 개발해 기술특허를 받은 것이 큰 점수를 받아 높이 평가됐다.

김 대표는 “디자인분야에서 기술벤처로 인정받은 것은 특이한 사항이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할 것이다”며 포부를 밝혔다.아르데코는 프랑스의 ‘소젝스(SOGEX)’사와 직접 저작권 계약을 체결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진짜’ 어린왕자 그림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어렸을 적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고전적인 분위기의 어린왕자 그림을 보고 감상에 젖은 소녀들이 많으리라.

김 대표는 “앞으로 1년에 한 개의 새로운 동화를 찾아 상품화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동화가 다이어리 속에 스며들어 우리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남겨줄 지 기대해 본다.

김한 대표 프로필 ▲학력 사항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응용미술전공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광고홍보전공 ▲수상실적 행정자치부 주관 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수상 그라피스포스테애뉴얼어워드 선정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심사위원상 수상 ▲연구 및 학회활동 Kidp컨벤션사업 지원 제38회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심사위원 디자인체험관(DEX) 교육프로그램 개발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