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여행사답게 입구부터 온통 파란빛인 회사 안을 들어서니 청바지차림의 이철우 대표가 기자를 맞이한다. 그의 옷차림에서부터 풍기듯이 사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자유롭다.

 취재를 위해 기자가 이 대표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직원이 “사장님 사인해주세요~”하며 농담을 한다. 위계질서가 잡힌 딱딱한 타 사무실과는 사뭇 다르다. ‘여행’하면 자유로움이 떠오르듯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일 또한 자유롭게 하는 듯 보인다.

젊은 사장님의 젊은 여행사
‘젊은여행사 블루’는 배낭여행 전문회사다. 블루 여행사에서는 관광 여정을 미리 짜 놓고 단체 여행객에게 가이드를 붙여주는 패키지 여행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자가 스스로 여행을 하되, 여행 동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원하는 도시를 손님 개개인 입맛에 맞게끔 효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짜주는 일을 한다.

처음 회사는 1993년 10월, 전에 일하던 동료 7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당시 그들은 젊었고 열정이 넘쳐났다. 한명의 손님을 위해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면서 더 좋은 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다. 지금은 당시 동업자 중 단 2명만이 남았고 그 중 한사람은 현재 이 대표의 아내가 됐다.
회사 설립 초기의 손님들과는 나이차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손님에서 형이 되고 동생이 되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온 손님들은 꼭 한 번씩 다시 회사를 찾아왔고, 함께 술자리도 갖으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일 재밌고 열정 넘치게 일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직접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 거의 없어 그때가 그립다”며 예전을 회상한다.

창립이후 회사는 계속해서 번창했다. 넘치는 손님으로 밥 먹으러 회사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어서 식사만 챙겨주는 아르바이트생을 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공 행진만 할 것 같던 블루 여행사도 IMF의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120명을 거느리던 직원을 3~4명으로 축소하는 아픔도 겪었다.

첫 여행…
우리나라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졌다. 여행자유화가 이뤄지자 마자 이 대표는 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무역학도였던 그의 첫 여행인 셈이다. 전공과는 무관할 수도 있지만 여행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행을 위한 준비도 오랫동안 해왔다.

LA에서 뉴욕으로 그리고 다시 LA로 돌아오는 대륙횡단이 목표였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동차 렌트 예약을 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가보니 일정거리를 지나면 마일당 요금을 더 내야하는 식의 결제방식으로 자동차를 탈 수 없었다.

결국 25kg가량의 배낭을 메고 꼬박 하루를 걷기만 해야 했다. 40시간 만에 찾은 모텔에서 배낭을 내리고 보니 배낭끈이 닿던 어깨부분이 까맣게 되어있더란다. 놀라는 기자를 보며 “그때는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거의 생존여행이었죠”라고 한다.

뿐만 아니다. 모든 것이 두려웠던 이 대표는 한국에 전화를 걸기위해 손 한가득 동전을 들고 가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흑인을 보고 지레 겁먹어 그 동전을 전부 쥐어주었던 일도 있었다. 이 대표는 “첫 여행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얘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라죠”라며 웃는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여행
이 대표는 패키지여행이 ‘보는’여행이라면 배낭여행은 ‘보고, 만지고, 느끼는’여행이라고 말한다. “모든 일정이 짜여있는 패키지여행만으로는 현지인들의 삶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며 “패키지여행 중에는 아무리 활발한 성격의 여행자라도 현지인에게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낭여행에서의 모든 의사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으므로 현지인들과 직접 접촉이 많아진다. 그만큼 그 사회 문화를 깊이 느낄 수 있게 된다. 겉만 맴도는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공부와 취업 걱정에 치여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없는 것 같다”며 “배낭여행은 처음으로 나에 대해 생각해본 소중한 시간 이었다”고 말한다.

감정에 충실한 여행을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학우에게 이 대표는 “계획 없이, 준비 없이 떠나라”고 조언한다. 즉 계획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 하루를 묵기로 계획했지만 로마가 아름답고 더 많이 보고 알고 싶다고 느낀다면 하루쯤 더 머물러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감정에 충실한 여행을 하세요. 그 지역이 좋으면 더 오래도 있어보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거죠” 그는 “오히려 너무 많은 준비는 그 지역에 가기도 전에 신비감과 설렘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여행을 하다보면 우연의 상황에서 뜻밖의 일을 겪게 되고 그로인해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떠나라는 그의 말이 아무런 지식 없이 여행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그 지역의 기본적인 역사, 문화, 사람에 관해서는 공부하고 떠나라”고 말한다. 그러면 더 많은 감흥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얻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이 대표. 이어 그는 “예전에는 여행 전 좥이야기 세계사좦를 읽는 것은 기본이었죠”라고 말한다.

혼자임을 두려워 말라
예전과 달리 요즘의 배낭여행은 매우 친근하다. 이 대표만 해도 배낭여행은 일생일대의 꿈 이었다하니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느껴진다.

이 대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젊을 때 빨리 여행을 떠나보라”고 말한다. 특히 대학교 1, 2학년이라면 꼭 도전해보라는 그는 “설령 혼자 떠난다 해도 겁내지 말아요.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고, 정보 교류도 할 수 있고 그러다 방향이 맞으면 함께 여행할 수 있어요”라 말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면 나름의 ‘여행 메커니즘’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여행 메커니즘을 깨달은 지금은 처음가보는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지라도 곧 적응하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 취직을 꿈꾼다면
여행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여행경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어학 능력도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고객을 상대할 때 뿐만 아니라 현지에 가서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대껴야 하는 이유에서다. 서비스 마인드 또한 중요 요소다.

이어 그는 “여러 지역을 두루 알기보다 어느 한 지역의 전문여행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여행업계에서는 흔히 그러한 전문가를 ‘대표선수’라 부른다고 한다. 이 ‘대표선수’들은 자신의 전문 지역은 현지인만큼 또는 현지인 보다 더 그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이처럼 여행업계에서는 단편적인 이론적 지식은 강조되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블루 여행사의 직원들도 전공자보다는 그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가생활이 강조되면서 여행은 점점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일상생활에 치여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여행은 삶의 여유와 휴식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여행을 지도해 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