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는 말그대로 팝(Pop)과 오페라(Opera)가 결합된 음악이다. 즉 오페라 코드의 음악을 팝 형식 분위기에 접목 시킨 것이다. 대부분의 오페라에서는 보컬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데, 팝에선 연주와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오페라를 보면 기악연주는 아주 적고 작게 들리는 반면 오페라 배우들의 성악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팝페라는 오페라에서의 보컬 분위기와 팝의 연주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진다. 이러한 팝페라를 바탕으로 결성된 우리나라 최초 그룹 ‘라스페란자’를 만나보았다.

라스페란자가 생각하는 팝페라는 어떤 장르인가?

팝페라는 말 그대로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로서 크로스오버 음악을 지칭한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접목을 지향하고 대중음악을 고급화 할 수 있는 열린 장르라 생각된다. 이로서 사람들이 어려워하던 장르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어떤 계기로 그룹을 결성하게 되었는가?

바리톤인 양정렬씨는 팝페라 솔로를 준비하던 중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을 같이 하게 된 정현철씨와 팝페라 그룹 결성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몇 차례의 공개오디션을 통해 장진호씨와 신명근씨가 합류해 비쥬얼과 실력을 갖춘 젊은 남성 4인조 그룹이 결성됐다.

국내 최초의 팝페라 그룹?

‘라스페란자’가 우리나라 최초 팝페라 그룹이다. 물론 유일무이하지는 않는다. 현재는 여성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팝페라 가수들이 생기고 있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으니 좋은 현상이라 생각된다.

그룹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인지?

라스페란자(La speranza)는 이태리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라는 왕자가 수수께끼를 푸는 장면이 있는데, 그 세 문제 중 한 문제의 답이 바로 라스페란자 이다. 이를 착안해 “음악으로 희망을 전하는 그룹이 되자”는 뜻으로 짓게 됐다.

그룹을 결성하고 어떤 노력과 과정이 있었는가?

그룹을 처음 결성했을 때에는 열정이 넘쳐났다. 정말 재미있어 회의하고, 연습하고, 사진 찍고, 외부 촬영 인터뷰로 밤새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생각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오지 않아 멤버들 모두가 점차 지치기 시작했다.

자금에 관한 문제까지 닥치자 결국 전에 있던 두 명의 멤버가 탈퇴를 했다. 결국 재 오디션을 통해 두 명의 멤버가 들어와 오늘의 라스페란자가 재탄생 되었다. 이러한 전회위복의 과정을 거쳐 염원이었던 첫 번째 음반을 2007년 11월에 발매하게 됐다.

공연을 다니며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양정렬(바리톤)-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열성팬들이 사무실까지 찾아와 격려해주었던 것과 지방공연까지 따라 와주었던 것들이다. 정도가 지나쳐 힘든 적도 있었지만 관심의 표현이니 감사할 뿐이다. 또 그룹이 20대와 30대 각각 두명씩으로 이뤄졌는데 팬 중 한 분이 “나이 많은 두 사람은 비켜달라”고 한 적이 있다. 나중에 가서 실수를 깨닫고 사과를 했지만 격세지감을 느꼈다.

장진호(테너)-제주도 공연때 일이다. 마이크가 나오지 않아 당황하던 중 리더인 양정렬씨의 마이크를 돌려가며 노래했던 적이 있다. 그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당황한 기분이 되살아 난다.

신명근(베이스)-빡빡한 일정 속에 한 공연이 끝나자마자 4명의 멤버가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다음 공연 장소로 이동하던 일도 있었다. 그때 운전자가 너무 빨리 달려 무섭기 까지 했다.

정현철(테너)-지방공연 다니면서 지역 대표 음식을 먹어가며 관광했던 기억이 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것이 행운이라 생각했다. 노래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배를 든든히 해야 하지 않나.

주로 어떤 노래를 연습하고 부르는가?

유명 팝페라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직접 작곡과 작사를 하기도 한다. 팬들은 ‘고백’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왈츠곡에 우리가 가사를 붙여 팝페라 곡으로 재창조한 곡이다. 왈츠라서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리듬이지만 가사 내용은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가사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썼다.

또한 항상 영화 음악이나 뮤지컬 음악, 오페라 음악, CCM 등 여러 음악을 연습하고 있다.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양정렬-학창시절은 오로지 ‘클래식 스타’를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렸다. 수학여행, 졸업여행도 가지 않고 연습실에서 살다시피했다. 하루에 8시간씩 연습하는 연습벌레였다.

유학을 가서도 각종 음악회 출연 , 독창회, 콩쿠르 등 경력 쌓는 데만 급급했고 그 결과 결국 귀국해서 출신학교의 최연소 대학 강사가 되었다. 그러다 뮤지컬 오페라 유령 오디션을 통해서 라울역과 스윙(전 배역을 커버하는 배역)역을 제안 받고 뮤지컬계에 들어서게 되었고 내가 왜 음악을 하는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크로스오버 가수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대학에서도 실용음악 보컬을 강의하고 있다.

장진호-나는 사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디자인과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디자인을 배웠다. 물론 대학도 디자인과에 진학해 그림 공부를 계속 했다. 근데 가수의 꿈도 항상 가지고 있었던 지라 그림을 배우면서 노래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양정렬씨의 권유로 라스페란자에 들어 올 수 있었다. 내겐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신명근-학창시절에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을 즐기며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일디보’라는 가수를 보고 팝페라를 동경하게 되었다. 그 뒤로 노래에 관련된 스텝일을 하며 노래를 접하게 됐고, 그 스텝일로 라스페란자를 알게 되어 현재는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

정현철-원래 영화배우가 되고자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다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입학하고 졸업했다. 부모님께서는 예술의 길을 반대하시고 걱정 하셨다. 요즘은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할 때 관객들이 좋아해주시고 이런 팝페라 그룹 활동을 통해서도 팬 들이 환호할 때마다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생활을 많이 이루었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팝페라를 통해 본인들이 희망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팝페라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고, 문화 소외지역 사람들에게까지도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얼마전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Arising Star상을 받았다. 그곳에서 총 3회 공연을 했는데 시골사람들의 순박함도 느낄 수 있었고 문화욕구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 구석구석에 우리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한다. 노래를 통해 모든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싶다. 그렇게 사람들이 부정적이기 보단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음악을 항상 흥얼거렸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양정렬-우리 최종목표는 뮤지컬 퍼포먼스 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라스페란자와 같은 크로스오버 그룹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 여성팝페라 그룹 ‘칼라스’, 뮤지컬팀 ‘잼있는 사람들’, ‘탭댄스팀’ 등 다양한 팀을 만들었다. 이 팀들이 한 무대에서 한편의 뮤지컬과 같은 퍼포먼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라스페란자 멤버가 아닌 총 연출이나 지휘를 맡을 것이다. 한국의 앙드레류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기도하다.

또한 작게는 라스페란자가 올해 CCM음반을 녹음하려고 한다. 그리고 국내무대뿐만 아니라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2008년 목표로 잡았다.

팝페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팝페라 가수가 되려면 반드시 성악적인 테크닉을 지녀야 한다. 성악과 출신이면 더 할나위 없다. 그리고 현대는 비쥬얼을 많이 보는 시대라, 본인 몸 관리라든지 외모도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이다. 또한 팝페라 가수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본인이 얼마나 작은 세계에 갇혀있는지 실감해야 정말 폭넓은 대중을 포용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제는 기존의 있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많은 실패 속에서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겁내지 말고 항상 도전하길 바란다. 그래서 높은 곳으로 도약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