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전에서 내 친구가 우리학교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며 내뱉은 첫 마디는 “무슨 학교가 온통 공사판이냐?”라는 것이었다. 썩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공사장 분위기는 학교에 들어서지 않아도 근처 아파트만큼 높은 대형 기중기 3대에서 느낄 수 있다. 또 정문 경사로를 오르자마자 나오는 복공판 바닥과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가림막도 한 몫 하고 있다.

공사는 2010년 완공이기에 졸업할 때까지 삭막한 공사현장만 보며 학교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지난달 새 단장을 한 ‘아트펜스’는 내 걱정을 덜어줬다. 퍼블릭디자인혁신센터가 주관해 미술대학, 건축 및 실내건축학과, 벽화동아리 ‘벽’ 그리고 관련 교수들과 함께 공사장 가림막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내 친구를 다시 불러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아트펜스’는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어쩌면 공사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화려한 색채와 다채로운 문양으로 꾸며진 가림막. 가림막은 그저 ‘안전을 위해 공사현장으로 접근을 막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삭막한 벽면에 디자인요소를 더한 것이다.

우리 생활에 쓰이는 도구들의 발명도 대부분 그런 식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발명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지우개 달린 연필’같은 예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누구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림막을 보며 대다수의 학우들은 그저 무심하게 ‘공사 언제 끝나나?’, ‘삭막하구나’라는 정도의 생각으로 지나쳤을 것이다. 몇몇 학우들은 공연 홍보 포스터나 대자보를 붙이는 정도에서 끝났다.

관심의 정도차이에 따라 사고의 깊이와 방향이 달라진다. 사고의 깊이와 방향에 따라 그 결과의 차이도 크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도 관심을 갖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전혀 뜻밖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문제라도 남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궁리한다면 더 효과적인 답을 더 많이, 더 빨리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