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나이 40이면 결코 젊은 나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지난 2008년도에 과감히 경원대 성악과 편입학시험에 도전, 합격의 영광을 얻어 새 학문을 배우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처음 대학에 편입하겠다고 했을 때는 등록금 문제와 육아 문제로 남편이 반대를 했고, 나 자신도 이 두 문제가 마음에 걸려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친정아버지 덕분에 국가유공자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도 오후 3시까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 그것도 추첨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결정을 방해하던 두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 것이다.

입학시험은 남편의 강권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에만 지원했다. 수업 끝나고 아이를 빨리 데리러 갈 수 있어야 하기에 학교가 먼 곳은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아서였는지 합격자 발표날 남편에게서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성악은 나의 어렸을 적의 꿈이었다.
그다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는 데다가 5남매가 되는 자녀를 공부시키시느라 빠듯한 살림을 하시는 부모님께 음악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씀은 차마 드릴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어학을 유달리 좋아했던 나는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많을 테니 독일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독문과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는 1년여의 독일어 교사생활을 거쳐 지금의 남편을 만나 독일로 함께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성악을 공부하는 유학생에게서 성악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너무 아까워서 독문학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노래는 교회에서 성가대하는 것으로만 만족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귀국 후에 강사생활 2년 후 출산 및 육아로 휴직을 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점점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한 번 뿐인 인생에서 무엇을 하다가 하늘나라에 가야 좋을지,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그동안 너무 묻어두고 있었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

일전에 하나님께 찬양자로 헌신하겠다고 결단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찬양자로 쓰임받기 위해서는 우선 성악을 공부하는 것이 기량을 다질 수 있고, 또 더 넓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 길을 열어주시고 인도해 주셨다.
남들보다 출발은 많이 늦었지만 무엇보다 성악공부는 나에게 세 가지가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쁘고 즐겁게 학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람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 또 찬양이 나의 사명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물론 도와주시는 분도 없이 가사와 육아를 학업과 병행하느라 일이 많고 힘들기도 하지만, 지금이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기쁜 것은 성악 시작 후 하나님 찬양에 대한 소망이 구체화된 것이다. 찬양사역에도 여러 전문분야가 있기에 어떤 길로 나아가야 좋을지 조금은 막막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가는 길을 어떻게 인도하실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아직 우리나라에는 흔치않은 오라토리오 전문연주자가 되는 것이 소망이다.
내 인생 끝날 때까지 오라토리오를 통해 하나님을 아름답게 찬미하는 찬양자로서 사명 다하길 소원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 하루하루를 찬양으로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련다. 

유영진(성악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