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박소희씨의 작품 ‘궁’에선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입니다”라는 말로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가상인 만큼 그들은 호화로운 궁궐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러할까? 모르긴 몰라도 구한말에 태어난 왕자와 공주들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두운 장막 속에 살았던 대한민국 마지막 황손의 삶을 알아보자.

고종은 슬하에 9남4녀를 두었지만 이들 중 어른으로 성장한 이는 순종(1874~1926), 의친왕 이강(1877~1955), 영친왕 이은(1897~1970)과 덕혜 옹주(1912~1989) 넷뿐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국사책에서 본 듯하지만 그 후의 자손들이 궁금하다.

순종은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낳지 못하여 대를 이을 수 없었다는데, 소위 잘생기고 호탕한 비운의 왕자로 알려져 있는 의친왕은 13남 9녀의 많은 자녀들을 낳았다고 한다. 영친왕에게는 외아들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손인 ‘이구’가 있었는데, 지난 2005년 일본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지켜보는 이 하나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죽음으로 사실상 조선황손의 대는 끊긴 듯하다. 마지막으로 덕혜옹주에게도 그의 일본인 남편 ‘소 다케유키’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일본 이름은 ‘마사엷이고 한국이름은 ‘정혜’라고 하는 그녀는 지금은 행방불명상태이고 자살했다는 말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 황손들은 대부분 의친왕의 자손들이다. 특히 일찍이 일본의 귀족과 결혼을 하고 ‘천왕만세’를 외치는 등 아버지 의친왕의 ‘내버린 자식’으로 몰락한 맏아들 ‘이건’과는 다르게, 의친왕의 기개를 닮은 둘째 아들 ‘이우 공’은 소위 ‘얼짱’왕자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때 인기몰이를 했었다. 그의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드라마 같은 그의 인생사 때문에 실제 있었던 인물이 맞느냐는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기 때문인데 이우공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원자폭탄에 피복되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이우 공은 죽기 전에 아들 청을 남겼는데, 의친왕의 손자인 이청(67)씨는 ‘조용히’ 살기를 원해 종친회 등에도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이청씨 외에도 조선의 남은 황손들은 대부분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황실의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들도 이들 황손이다. 지난 2006년에는 대한제국 황족회에서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88) 옹주를 제 30대 황위 계승자(女皇)로 추대하기도 했는데, 해원 옹주는 여성으로서 대한제국 황실의 법통을 잇는 것은 물론 황실의 대표 전권, 황실 유지보존 및 복원 사업권, 31대 황위 계승 후계자 지명권을 갖게 된다고 황족회는 밝힌 바가 있다.

황족회는 ‘이 구’ 황위 계승자(29대) 타계 등을 계기로 대한제국 황손 10여 명이 중심이 돼 결성한 가족회라고 한다. 또한 의친왕에게는 열한 번째 아들 ‘이석’이 있는데 노래 ‘비둘기 집’을 불러 소위 왕족(王族)가수로 널리 알려졌다. 조선 말기 왕가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해 왔던 그는 “여생을 황실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가 있다.

 정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