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이폰(i-phone)을 샀다고 자랑한다. 친구와 함께 문구점에 들려 색깔이 예쁜 하이테크 볼펜을 두 개 샀다. 집에 가는 길에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려 콜라 한 잔을 사 들이킨다. 우리들에게 ‘글로벌’이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처럼 우리 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깊게 스며들어 있다. 도리어 이러한 것들이 글로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니 얼마나 일상화 돼있는지 느낄 수 있다. ‘글로벌 시대’라는 단어는 이제 들을 대로 들어 지겨울 정도이다.

한국을 떠나 해외여행 한 번 가기도 힘든데 글로벌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 있으며 글로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이다. 이제 글로벌은 그 정도의 범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가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과연 우리들의 모습에서 글로벌적인 모습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내 머리를 제일 먼저 스쳐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영어공부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의무교과로 선정되더니 10년이 넘도록 나를 옥죄어 오고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과연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글로벌 시대의 충실한 글로벌인재인 것일까? 영어는 분명 세계 어느 곳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이어주는 언어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글로벌의 전부는 아니다.

단순히 외국 제품을 사는 것을 떠나 내 생활 속에서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와 함께 경원대를 다니는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 국제어학원에서 열심히 강의하는 원어민 강사들, 시장에서 본 동남아 아줌마와 혼혈아기. 이것만 하더라도 벌써 3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은 거의 유형화돼 있다. 그들을 위아래로 훑거나 영어권 사람들에겐 ‘Hello’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네고선 낄낄거린다.

누구나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가지자’라는 문구를 들어봤을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발생한 아이티 지진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했다면 그 또한 글로벌적인 마인드이다. 교양 시간에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한국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웅다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넓은 시야로 세계를 무대로 경쟁할 때이다’라고 말이다. 자신의 언어실력이나 능력을 떠나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부터 시작했을 때, 우린 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글로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경영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