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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마다 대학가에서는 매번 대학 등록금 논쟁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학생들이 이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논쟁에 큰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등록금 상한제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든든 학자금)’ 관련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때 국회를 통과한 두 제도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계획됐다는 점에서 의도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두 제도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람은 어감이 비슷한 점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와 든든학자금이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두 제도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들이 처음에 등록금을
책정할 때 그 일정기준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특히 등록금 상한제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등록금에 최대
상한선을 제시해 등록금 상승을 제한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든든학자금은 학자금 대출에 관련해 일정기간 동안 이자를 유예할 수
있으며 소득 발생시 대출금을 갚게 하고 있다.
‘바뀐 제도’ 평가는 엇갈려
작년 5월, 정부는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과학재단, 주택금융공사 등 3곳으로 나눠져 있던 기존 국가 장학사업 및 등록금 업무를 통합해 국내
최대 장학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현재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하는 학자금 대출 정책은 ‘일반
상환학자금대출’과 ‘든든학자금’ 두 가지가 있다.
일반 상환학자금대출은 이전에 있던 기존 학자금 대출에 있던 까다로운 보증금 제도를
간소화시켜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한국장학재단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시행하는 국가장학기금의 마련으로 재단채의 발행이 가능함에 따라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본인의 신용 만을 가지고 기존의 금융권에서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던 학생들이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은 학자금 대출 정책의 대표적인 개선점으로 꼽힌다.
현재 일반 상환학자금대출은 고정금리(해당학기 대출 실시 전
교과부장관이 결정 고시)인 5.8%를 적용 하며 최대 10년씩 거치기간(일정기간 이자만 지급하고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기간)과 상환기간을 정할 수
있다.
일반 상환학자금대출과는 달리 든든학자금은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실소요액(등록금 및 학기당 1백만원 정도의
생활비)을 대출해주고 일정 시점이후부터 대출원리금을 분할하여 납부하는 제도이다. 소득은 종류에 따라 ▲근로/연금소득▲사업소득▲양도▲상속▲증여
등에 의한 자산소득을 적용하고 있다. 든든장학금의 등록금 지원한도는 4년제 기준 4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일반 상환학자금대출과 달리 대출한도를
두지 않았다. 이번 연도 든든학자금의 대출금리는 5.7%로 변동금리이며 채권발행금리를 감안하여 매학기 마다 결정하게 된다.
든든 학자금이
시행된 지 두달이 지난 지금 한국장학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든든학자금과 일반 상환학자금이 포함된 올 1학기 학자금 신청 건수는 45만
9454건(신입생 14만 6832건, 재학생 31만 2622건)이었다. 직전 학기인 지난해 2학기(33만1470건)보다 27.9%, 지난해
1학기(34만4430건)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든든학자금을 이용해 실제로 대출을 받은 경우는 지난 17일까지
10만5818건(27.8%)으로 정부의 예상수치인 70만명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제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든든학자금,
아직 대출자인 학생들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다. 높은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든든학자금 무엇이 문제가 되는걸까.
두 학자금 제도의 장·단점
먼저 일반 상환학자금대출 제도는 대출을 받은 학생이라면 재학 중에 매달 이자를 갚아야 하며 거치기간이 끝나고 상환기간이 되면 소득과
관계없이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특히 별다른 소득수단이 없는 대학 재학 중에도 꾸준히 이자를 내야하는 점은 학생들에게 이자에 대한 압박감을
안긴다. 단, 이자는 단리(원금에 대해서만 붙는 이자)로 적용돼 거치기간만 충분히 설정한다면 상환에 큰 어려움은 생기지 않는다.
반면
든든학자금은 소득발생이 없다면 그 기간 동안은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를 유예한다. 그런 점 때문에 학기 중과 같이 일정한 소득이 없는 기간은
학생들이 이자를 갚기 위해 급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 취업난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젊은 신용불량자를 늘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든든 학자금의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자가 복리(일정한 기간마다 이자를
원금에 가산하여 그 합계액을 다음 기간의 원금으로 하는 이자 계산 방법)로 적용된다는 것과 마땅한 소득이 없는 기간 동안은 이자가 유예되지만
이자가 없어지는 게 아닌 원금에 합쳐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졸업 후 고액 임금을 받는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 상환 액수는 줄지만
낮은 임금을 받는 직장인 경우, 취업하는 이들은 상환 부담이 커지는 소득역진적 상환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운영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매 학기 400만원씩 3200만원을 빌린 뒤 연봉 1900만원인 직장에 취업한 경우 최저생계비(현 기준 1592만원)를
제외한 초과소득금액의 20%씩 갚는다면 25년간 원금의 3배가량인 9705만원을 갚아야 한다. 같은 조건의 대출자가 초임 연봉 4000만원의
직장에 취업하면 상환액은 8년간 5168만원으로 줄어들게 돼 소득이 적을수록 더 큰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돼 있다. 더욱이 남자의 경우 군복무를
하는 동안에도 이자가 부과되어 남자는 여자보다 원리금 432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이밖에도 학점 조건을 C학점으로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한
점도 학생들의 호응이 떨어지는 이유로 지적된다. 대학의 성적 평가가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싶지만
아쉽게 탈락하는 학생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
이번 연도만 학자금 대출 신청을 한 학생 수는 전국의 대학생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경기 침체로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 유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번에 친서민 정책으로 만들어진 일반 상환학자금대출과 새로 시행된 든든학자금 등의 도입 자체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제도는 실제로 시행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학자금 대출자인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옛말에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이번 연도에 처음 시행돼 아직은 비판도 많이 받고 부족한 점도 많은 대출 제도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비판들을 수렴해 많은 학생들이 도움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찬구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