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학생회비, 문구비, 각종 모임 회비… 새 학기를 맞아 지출해야 하는 돈은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매 학기마다 부담해야하는 교재비는 비싼 등록금 못지않게 학생과 학부모의 이중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주로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과에서는 재료비까지 들어가므로 더욱 부담이 큰 실정이다.

김도현(소프트웨어설계·경영·2) 학우는 “보통 한 학기에 교재값으로 1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비싼 돈 주고 구입했는데 수업시간에 책을 다 활용하지 않을 때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많은 수업에서 책보다는 유인물이나 교수의 설명에 의존해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학기에 15만원씩 계산하면 졸업할 때까지 총 1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임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 교재를 구입하고 있다. 교재비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최후의 선택은 범법행위

도서 정가 지속적으로 증가, 암시장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도서 정가는 평균 60% 증가했다고 한다. 경기 불황으로 50%에 가까운 종이값 인상 등에 따라 책값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학생들은 교재비를 아끼기 위해 제본을 감행하기도 한다. 제본을 하면 양면기준 장당 50원 내외로, 정가를 주고 책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제본은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 범법행위를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사실상 턱없이 높아져만 가는 대학 교재비가 학생들을 암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제본을 합법화하는 대신 전국 대학 400여 곳의 재학생에게 한 명당 연간 4,190원씩의 저작권료를 물리겠다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보상금 책정과 진행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학교 측의 반발과, 저작권료 내기를 원치 않는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교재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교재비 지출을 줄이는 방법

상호교환, 공동구매, 인터넷 활용, 헌책방…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교재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다.

먼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동기나 선배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최용준(신방·3) 부학생회장은 “수업을 먼저 들은 동기들로부터 책을 물려받아 실제로 구입한 교재는 한 권뿐이다”고 말했다. 주변사람에게서 책을 구하고, 받은 책은 깨끗이 사용해서 후배에게 또다시 물려주는 미덕을 발휘하자.

두 번째로는 공동구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경정(신방·2) 학우는 “여태까지 내가 들은 거의 모든 강의에서는 신청을 받아 교재를 공동으로 구매했는데, 가격이 20~30%까지 할인이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따로 신청을 받지 않아도 친구들끼리 함께 주문하면 그만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는 가장 저렴한 구입처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각종 사은품이나 할인쿠폰 등 다양한 혜택들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가급적이면 한 사이트에서 한 번에 사는 것이 좋다.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은 헌책방을 이용하는 것. 헌책방에서는 각종 전공서적, 교양서적, 기타 문제집 등까지도 판매하는데, 원가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우들이 경원대 헌책방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본교생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39명)가 ‘헌책방이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박희진(신방·1) 학우는 “헌책방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찾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헌책방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미 성행하고 있다.

▶경원대 헌책방의 현주소

값싸고 믿을 수 있는 온라인 거래의 장, 이용자수 꾸준히 증가

경원대 헌책방(http://club.cyworld .com/kwobs)은 2007년 4월 1일에 개설됐고, 현재 4,441명(3월 16일 기준)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학기 초엔 하루 방문자 수가 600명에서 800명까지 육박하며, 회원 수도 하루에 50명 이상씩 늘어났다.

게시판은 서적 종류에 따라 판매와 구매로 각각 분류되어있고, 공지사항에는 유의할 사항들이 나와 있다. 단과대학별 말머리, 책의 정확한 명칭과 저자, 책 판매가격, 구입한 가격, 책 상태, 판매자 연락처 등을 반드시 기입하라는 주의사항이다. 또 강의계획서를 보고 어떤 책을 사야하는 지 정확히 확인한 뒤 구매하라고 당부한다. 강의 과목명이 같더라도 교수에 따라 교재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헌책방은 현재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온라인이라고 해서 위험하거나 꺼림칙할 것은 전혀 없다. 책의 수요와 공급이 같은 과 안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서로 구면인 경우가 많고, 실명을 밝히고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것이므로 학우들이 거짓정보를 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원대 헌책방의 클럽장인 윤성보(경영·4) 학우는 “가끔씩 우리 학과 클럽이나 DC인사이드 사이트에 홍보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대부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배척이 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답했다.

▶지식 늘어날수록 가벼워지는 주머니

학교와 학과 측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필요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저작물에 대해 높은 인세를 지불해야하며 그에 따른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지만, 그것이 학생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면 학문의 발전은 점점 더 느려지게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높아져가는 교재비에 맞설 학교와 학과 측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학교에서는 각 수업마다 교재 공동구매를 활성화시키고 장려해야 한다. 공동구매 문화가 정착되면 따로 책을 사러 갈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비용절감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이룩할 것이다.

또한 각 학과에서는 책 교환제도를 도입해 학우들에게 보다 손쉽게 교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선배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이다. 염승훈(신방·3) 학생회장은 “우리 과는 이번 년도부터 선·후배를 1:1로 연결시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인데, 이것이 책 교환제도로도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학우들이 부담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수민 기자 tbald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