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에게 편하게 월 500만원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을 추천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최근 이런 심리를 악용한 불법적인 다단계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다단계에 빠진 대학생들은 높은 빚과 고리의 이자에 시달리거나, 관련 법 지식의 부족과 다단계 회사의 속임수에 걸려 큰 피해를 입는다. 혹은 자신이 불법적 다단계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사회초년생에게는 적절한 대처법이 필요하다. 과연 다단계는 어떤 방식으로 대학생들을 유인하는 것일까.

초기부터 과도한 물품 구매 강요…
제 2금융권 통한 대출 유도하면 의심해봐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단계 피해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제 2금융권을 통한 학자금 대출로 물건 구입비 마련, 고수익을 미끼로 한 다단계 판매원 모집, 취업·재택부업·병역특례 등을 빙자한 모집, 교육·합숙강요, 반품 방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불법적인 다단계에 빠진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의 권유로 다단계 회사를 방문했다가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친구의 권유로 W다단계 판매업체에 판매원으로 가입한 대학생 갑 역시, 제품을 구입할 돈이 없음에도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판권 비용을 내야하고 필요한 자금은 제 2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따라 두 군데 상호저축은행에서 350만원씩 700만원을 대출받아 제품을 구입한 후, 1년 반 동안 고리의 대출금 이자를 납부한 사례가 있다.
본교 재학 중인 유시원(경영·2) 학우는 “갑자기 중학교 동창이 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는데 동업을 하자며 강연을 듣고 가라고 설득했다”며 “중간에 화장실을 갈 때도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상위직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365만원이 필요하다면서 돈이 없으면 자신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불법적인 다단계 회사들은 제품을 반강제적으로 구매하게 한 후, 피해자들이 청약철회에 대한 규정 등 관련 법 지식을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해 반품을 방지한다. 대표적으로 피해자가 구입한 물건의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사용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다단계 판매업자들은 피해자가 구입한 물건을 불량품이 있는지 확인한다면서 구입한 물품을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훼손케 하여 청약철회를 하지 못하게 한다. 또 소비자나 판매원에 대한 환불 규정을 이행하지 않거나 재고 상품의 반환 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는 공제조합과 같은 조항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피해 보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피해 입기 전 예방이 중요…
공정거래위원회의 피해예방 6대 수칙

앞서 말했듯이 불법적인 다단계 회사들은 보상 규정이 없거나 있어도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정위에서 권고하는 불법적인 다단계 피해 예방을 위한 6대 수칙이 있다.
①불법 피라미드로 의심이 가는 업체는 무조건 가입을 거부한다-사재기, 강제구매, 합숙강요 등 불법 피라미드의 특징이 있는 업체의 회원 및 판매원 가입을 권유받을 경우 무조건 가입을 거부한다.
②등록된 업체인지 여부를 우선 확인한다-공정거래위원회(www.ftc.go.kr), 시·도의 담당과(경제정책과), 직접판매공제조합(www.macco.or.kr, 02-566-1202),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www.mlmunion.or.kr, 02-2058-0831)에 문의한다.
③상품구입 시 업체나 공제조합으로부터 ‘공제번호통지서’를 수령하여 반드시 보관한다-공제번호통지서가 있어야 다단계판매자가 환불을 거절할 경우 공제조합에 공제금을 신청할 수 있다.
④환불시에 대비하여 구입상품 취급요령을 숙지한다-나중에 환불을 요구할 경우 다단계판매업자가 상품 훼손을 이유로 환불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당장 사용하지 않는 상품은 환불할 경우를 대비해 원형대로 보존한다.
⑤반품 청구가 가능한 기간 및 반품 청구 방법을 숙지한다-법상 다단계판매업자로부터 재화 등을 구입한 소비자는 14일 이내, 판매원은 3개월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여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경우 직접판매공제조합 또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피해보상 상담을 요청한다.
⑥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본인의 상환능력을 초과하여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하지 못하게 된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 콜센터(1588-1288)나 신용회복위원회 신용회복상담센터(1600-5500)와 상담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초기에 돈을 조금 투자하기만 하면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다달이 높은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다단계에 빠진 사람들은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많은 것을 얻으려는 가치관이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상황을 차갑게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그릇된 가치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
영어속담에 “Easy come, Easy go”라는 말이 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뜻이다. 쉽게 많은 것을 얻기를 바라는, 그릇된 가치관에 빠진 사람들에게 충고가 되어줄 속담이다. 

노환철 기자 shghkscj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