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고른다 자율전공학부

2007년 경원대학교에 교양대학, 자율전공학부가 신설됐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뉘어 각각 82명과 60명의 신입생들이 선발됐다. 이은환(학사관리팀) 주임은 “사회전반적인 흐름이 학과단위의 모집보다 다양한 선택의 폭을 요구한다”며 “자율전공학부의 신설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했다.

자율전공학부 학우들은 1년간 타 학과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교양필수, 교양선택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계열교양과목의 필수 이수학점 또한 12학점으로 동일하지만 선택폭은 넓어졌다.

1학년과정은 전공선택을 위한 탐색기가 되고 2학년부터 원하는 전공을 신청ㆍ이수하게 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공통으로 미대, 음대, 한의대, 사체과, 태권도학과, 유아교육학과, 간호학과는 각 전공의 특성상 지원할 수 없다. 인문계열의 경우 인문대, 경상대, 사회과학대 에서, 자연계열의 경우 공대, 자연대, 소프트웨어대, 식품영양학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자율전공학우들은 총 142명이지만 이들로 인한 타 학과의 입학정원 축소는 없었다. 또 자율전공학우들을 수용하는 학과들은 입학정원의 최대 100%까지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학과의 수용능력에 따라 지원학우들의 취득학점, 성적평점평균, 면접 또는 실기 등을 통해 인원선발에 제한을 둘 수 있다.

한 번 더 주어진 진로선택의 기회,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3학생들 중 다수는 자신의 적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입시경쟁에 떠밀려 대학에 들어오게 된다. 적성보다 점수에 맞춰 시작하게 된 대학생활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다시 1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게 된다.

자율전공학부라는 제도는 어쩌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같아 보인다. 대학에서 1년동안 다양한 전공에 관한 공부를 하며 선택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도 있는 제도적 장치, 학교측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 학우들의 적극적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그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자율전공학부로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학교생활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을 구하고 따를 수 있는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 김혜인(자율자연ㆍ1) 학우는 “이끌어줄 선배가 없다는 것과 2학년이 되면 전공에 따라 친해졌던 동기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쉬울 것”이라 했다.

이러한 부담은 이번에 1기로 입학하게 되는 학우들이 가장 크게 느낄 것이다. 교양대학 교학과에서 자율전공학부 학우들을 위해 기본적인 행정처리, 전공 로드맵, 학기 시간표, 학교 요람 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열분도 안되는 교수님과 직원분들이 140명이 넘는 학우들의 고민을 다 들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동대의 경우 입학정원의 100%가 자율전공으로 입학한다. 자칫 수많은 어린 양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겠지만 든든한 양치기가 버티고 있다. 그 양치기는 바로 ‘팀제도’이다.

1학년부터 4학년으로 구성된 약 30명 안팎의 학생들과 담당교수 1명이 한 팀을 이룬다. 이때 4학년 학생들은 서로 같은 전공의 학생들로 편성된다. 이 팀은 ‘공동체 리더쉽 훈련’이라는 강의를 들어야 하며 수료했을 경우 1학점이 인정된다. 일주일에 한 번(75분 강의) 편성된 강의는 담당교수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따라 봉사활동, 세미나 등의 활동을 한다.

메뉴판도 없이 주문할 수 있나?

선후배관계 형성과 학교생활 적응 못지않게 전공선택에 대한 고민도 크다. 김태훈(자율인문ㆍ1) 학우는 “전공선택과정이나 1학년때 들어야 할 수업관련 정보를 학교홈페이지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경북대 자율전공부의 경우는 위와 같은 문제를 잘 해결한 사례다. 약 70명 정도로 분반이 편성된다. 당연히 지도교수도 1명씩 배정된다. 지도교수는 분담학생들과 개인 및 집단 면담, 수강지도 및 전공선택 지도를 하고 이에 따른 결과는 기록을 유지한다.

또 단과대별 대학 및 학과 설명회 개최, 대학생활 및 진로선택에 대한 특강도 준비된다. 특정학과로 많은 인원이 몰릴 경우나 지원자가 적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1학기와 2학기 각각 한 번씩 1학년 학생들의 학과 선호도 조사도 한다.

타산지석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올해 처음 자율전공학부제를 도입한 우리학교가 출발부터 불만한마디 안나오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자율전공제도를 시작한 학교들의 선례들이 많다. 잘 참고하면 숟가락 몇 번 뜨지 않아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가 타 학교의 사례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다.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가능하면 더 많은 학교의 사례를 비교해보고 우리학교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완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측과 더불어 총학생회 및 각 단과대 학생회들도 자율전공학부 학우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선배들의 ‘도움’이다. 다른 것 필요없이 자신들의 전공에 대해 한마디씩이라도 해준다면 그 말 한마디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을 것이다.

윤주빈(회계ㆍ4) 총학생회장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후 자율전공학부의 학생회를 가급적 빨리 조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2008년이 되면 각 학과 ‘토박이’학우들은 비록 시작은 같이 하지 못했지만 남은 대학생활을 같이 하게 될 이들을 따듯하게 받아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율전공학부생 본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아무리 옆에서 밥을 떠 넣어줘도 씹어 삼키는 것은 본인이 할 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본인의 진로에 대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정보수집도 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경원대 통합 원년에 출발하는 자율전공학부제. 자율전공학부 07학번 학우들 모두 1년 후에 원하는 길을 찾아 후회없는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